[오늘의 눈] 성과 없이 부작용만 낳은 해경 해체 1년/김학준 사회2부 부장급

[오늘의 눈] 성과 없이 부작용만 낳은 해경 해체 1년/김학준 사회2부 부장급

김학준 기자
입력 2015-05-19 00:08
수정 2015-05-19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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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준 사회2부 부장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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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수습이 한창이던 지난해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해경을 해체하겠다”고 선언했다. 말과 표정에서는 비장함이 묻어나왔다. 하지만 해경의 문제점과 체질 개선에 대한 심층적 진단 없이 ‘희생양 만들기’ 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언론과 해양 전문가들에게서 제기됐다. 그럼에도 해경 해체는 강행됐다.

그러면 1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달라졌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명칭이 해양경비안전본부로 변경됐지만 줄여서 ‘해경’이라고 한다. 기능은 수사권의 일부가 육지경찰로 이전됐을 뿐이다. 제복과 엠블럼, 함정명, 출장소 간판도 그대로다. 바꾸려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지만 그만 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경 해체는 ‘사기 저하’와 ‘비효율’이란 심각한 부산물을 낳았다. 한 대원은 “아직 해양경찰 모자를 쓰고 다니지만 국민들은 해경이 해체된 것으로 알고 있기에 민망하다”고 말했다. 해경은 원래 힘이 약한 기관이었다. 중국 선원들의 폭력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온 것도 외교분쟁을 우려하는 정부를 의식한 측면이 크다. 해경이 해체되자 중국 선원들은 만세를 불렀다고 한다. 실제로 이후 서해상에서 불법조업이 크게 늘어났다. 심리적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수모를 당한 해경은 개혁을 외쳐 보지만 마음은 이미 떠난 상태여서 공허하게 들린다. 모멸감은 일시적인 분발을 일으킬 수 있지만, 진정한 환골탈태를 위한 동인이 되지는 못한다. 게다가 인천 송도에 있는 해양경비안전본부의 세종시 이전설마저 나돌자 직원들은 뒤숭숭하다.

최근 일본·중국·러시아 등 주변국들은 해상기관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해경 해체는 묘수가 아니라 해상주권을 지키는 기관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국민들의 분노에 편승해 깊은 생각 없이 내놓다 보니 ‘자충수’가 됐다. 소 잡는 칼과 닭 잡는 칼은 따로 있다. 좀더 시간을 갖고 냉철히 진단했으면 해체라는 극단적인 수단이 아니더라도 해경을 개혁할 수 방안이 있었을 것이다. 지난 일을 복기해 보는 것은 안목이 결여된 판단으로 실익 없이 고비용만 치르는 불합리가 되풀이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kimhj@seoul.co.kr
2015-05-1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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