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1년짜리 국회의원’에 대한 걱정/한재희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1년짜리 국회의원’에 대한 걱정/한재희 정치부 기자

한재희 기자
입력 2015-04-28 18:04
수정 2015-04-2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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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희 정치부 기자
한재희 정치부 기자
29일 밤 4명의 국회의원이 새로 탄생한다. 치열한 선거운동을 펼쳤던 4·29 재보선 후보 16명도 이제 겸허한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게 됐다.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세월호 1주년’과 ‘성완종 파문’ 등 국정을 흔드는 이슈들이 재보선 판을 휘감으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다.

아마 새로 금배지를 달게 되는 4명의 ‘편입 의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환희의 밤을 보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하다. 편입 의원들의 임기는 내년 5월 29일까지로 ‘1년짜리’다. 당선자들이 의정 활동을 시작도 하기 전에 폄훼할 의도는 아니지만 과연 이 짧은 기간 동안 제대로 된 의정 활동을 펼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합리적인 의구심일 것이다.

이들은 선거 기간 동안 대선 후보인 양 앞다퉈 ‘뻥튀기 공약’을 쏟아냈다. 경전철 조기 착공, 지하철 유치, 연륙교 건설 등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 사업들이다. 지역 실정과 상관없는 재벌 개혁이나 사회복지세 도입, 최저임금 1만원 등 거대 담론을 주장하는 후보도 있었다. 지역구 의원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다. 이 때문에 “1년짜리 국회의원이 공약은 대선 후보급”이라는 눈총이 적지 않다.

지역 유권자들도 이들의 공약이 제대로 실천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당선자들이 서둘러 기본 업무를 파악하고 공약 실현을 위한 법안을 발의한다고 해도 본회의 통과까지는 물리적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여야 합의가 수월하게 이뤄질 수도 있겠지만 천문학적 예산 투입이 필요한 사업이 속전속결로 이뤄지기는 난망하다.

어쩌면 국회 한쪽에 서류 뭉치로 쌓여 있다가 결국 폐기될 수도 있다. 실제로 현재까지 19대 국회에 발의된 의원 법률안 1만 3200여건 중 70%가량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내년은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어 이에 열중하느라 입법 발의는 뒷전으로 밀릴 공산이 크다. 공약(公約)이 그야말로 공약(空約)으로 끝날 수 있다.

국정감사에서도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 국감이 시작되는 9월까지 상임위의 현안을 속속들이 아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각 상임위원은 수십 곳에 달하는 피감 기관의 오랜 병폐와 최신 정책의 장단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국감장에서 피감 기관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을지, 작은 문제점 하나라도 개선하려는 땀이 밴 노력을 보일지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중요하다. 거짓 공약과 거창한 구호만 부르짖는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낭비해선 안 된다. 지금 우리는 1년이라는 짧은 기간을 특권 의식이 아니라 소명 의식을 갖고 국민에게 헌신할 의원이 필요하다. “1년만 써 보라”고 외치는 후보들 속에서 ‘1년 후에도 쓰고 싶은 후보’를 가려내야 한다.

경기 중반에 투입돼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구원투수’ 같은 의원들이 당선됐다는 평가를 기대해 본다.

jh@seoul.co.kr
2015-04-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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