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선거가 없는 지금이 적기/홍인기 정책뉴스부 기자

[오늘의 눈] 선거가 없는 지금이 적기/홍인기 정책뉴스부 기자

입력 2014-09-25 00:00
수정 2014-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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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앞으로 2년간 선거가 없는 지금이 적기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놓고 정치권에서 쏟아지는 말 가운데 하나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함께 국민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 정부의 담뱃값,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에 따른 증세 논란이다. ‘서민증세’라는 비난이 더해지면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지지율(9월 3주차)은 각각 49.7%와 41.7%로 하락했다. 정부와 여당은 서민증세가 아니라며 홍보전에 나섰지만 국민 여론은 녹록지 않다. 그러나 ‘유권자의 표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이 적기’라는 정부·여당의 인식은 공무원연금 개혁뿐 아니라 꼼수를 부린 증세에도 적용되는 게 아닐까.

2012년 대통령선거부터 지금까지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해 왔다. 매년 100조원에 달하는 복지 정책의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하경제 양성화, 세출 구조조정, 비과세 감면 혜택 축소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복지정책을 실행할 예산이 없다던 지방자치단체들은 최근 기초자치단체장들까지 가세해 복지 불이행을 선언했다.

결국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세금 인상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안전행정부가 마련한 지방세 현실화 방안에는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은 포함됐지만 카지노·스포츠토토·복권사업에 레저세를 부과하는 방안은 빠졌다.

국민은 단순히 담뱃값이 오르거나 내야 할 세금이 많아져서 혹은 경제적으로 부담된다는 이유에서만 분노하는 것이 아니다.

인상할 수 있는 세목조차 찾기 힘든 지방세는 모두 올리면서 법인세, 소득세는 손대지 않을까라는 의문은 ‘누진성이 고려되지 않은 일률적인 세금 인상으로 서민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로 확대된다. 국민건강을 위한다면서 왜 사치품에 붙이는 개별소비세까지 신설하는지, 왜 1만원 이상으로 담뱃값을 올리거나 공급을 줄일 생각은 하지 않는지에 대한 물음은 ‘적정한 세수확보를 위한 인상금액이 2000원’이라는 결론으로 도출된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대선 공약이었던 증세 없는 복지에 실패했으면서도 인정하지 않는지에 대한 물음은 ‘증세는 없다’라는 구호가 실패했음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정부와 여당이 취하게 될 정치적 이득이 있다는 생각까지 이르게 된다. 공약파기에 따른 진정성 있는 사과와 대안 없는 지금과 같은 꼼수 증세는 의심을 키울 뿐이다.

ikik@seoul.co.kr
2014-09-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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