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위 선양자 포상하려는 취지로
50년간 시행… 이젠 현실적 모순
공정·정의 사회 지향하는 윤 정부
여론 수렴 거쳐 신속히 폐지하길
유재웅 한국위기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
언론의 지적도 잇따랐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축구대표팀의 경우 22명 중 군 면제와 병역 이행 완료자 2명을 제외한 20명이, 야구 대표팀은 19명이 병역특례 대상자라고 보도했다. 이와 더불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스포츠의 리그오브레전드(LoL) 종목 한국 대표팀도 우승하면서 유명 프로게이머 이상혁 선수 등 6명 모두 병역특례 혜택을 받았다. 대형 국제스포츠 대회를 마칠 때마다 터지는 논란이다.
이러한 비판에 병무청 입장은 원론에 머물러 있다. 이기식 병무청장은 국정감사 답변에서 “보충역 제도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예체능 요원, 산업기능 요원, 공중보건의 등으로 분류된 보충역 제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존치해야 할 게 있는지, 없애거나 줄일 게 있는지 살피겠다”고 밝혔다.
병역법 시행령 제68조의 11에서는 예체능 요원의 보충역 편입 요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체육 분야에서는 올림픽대회 3위 이상, 아시아경기대회 1위 입상자를 대상으로 한다. 예술 분야는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국내 예술경연대회 1위자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들은 현역병으로 복무하는 대신 기초군사훈련 3주와 봉사활동 544시간을 채우는 것으로 군복무를 대신한다. 현역병 근무자에 비해 상당한 특혜가 아닐 수 없다.
예체능 분야 병역특례와 관련해 논란이 되는 대표적인 이유는 형평성과 기준의 모호성이다. 체육 분야의 경우 종목마다 출전 선수의 기준, 참여국 숫자, 난이도 등이 다를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으로 대회를 기준으로 삼다 보니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1973년 이 제도를 도입한 취지가 국위 선양자에 대한 포상 성격이라면 그에 부응하는 기여를 한 사람들에게는 모두 혜택을 주는 것이 맞다. 하지만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데 누구보다 크게 이바지한 방탄소년단은 대중문화 분야의 스타라는 이유로 병역법상 해당 규정 적용을 받지 못해 아이돌 멤버 전원이 군대에 가고 있다. 누가 봐도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는 기준이다.
예체능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뤄 국위를 드높였다면 국가가 마땅히 격려할 일이다. 그러나 병역과 결부시키는 것은 후진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예체능 분야의 병역특례는 사안의 성격상 아무리 정교한 기준을 만든다고 하더라고 형평성과 객관적 기준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더불어 초저출산 여파로 병역자원 부족이 이만저만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2006년 54만 8000명이던 육군 병력은 2018년 46만 4000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36만 5000명이다. 현재의 출산율 추세라면 2040년에는 병력 30만명도 채우기 어려울 것으로 국방당국은 전망하고 있다.
2024년 파리올림픽이 끝나면 올해와 비슷한 논란이 재연될 것이다. 기량이 뛰어난 예체능 요원이 우승해 병역 특혜를 받으면 개인적으로 감사한 일이겠지만 이 제도를 폐지한다고 해서 능력이 저하되지는 않을 것이다. 득보다 실이 큰 제도를 여론의 눈치를 보며 또다시 흐지부지 넘긴다면 무책임한 정부로 비판받을 일이다. 윤석열 정부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조치로 국민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예체능 요원에 대한 병역특례 제도를 신속히 폐지하기 바란다.
2023-11-0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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