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 기후위기, 산불위기/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

[In&Out] 기후위기, 산불위기/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

입력 2020-05-17 21:54
수정 2020-05-18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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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
올해 봄철에도 어김없이 울주와 안동, 속초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지난달 24일 안동 산불은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산림 피해가 2000㏊로 역대급이었다. 2015년 이후 산불의 양상이 과거와 달라졌다. ‘3말 4초’ 1개월 남짓 이어지던 비상 경계가 훨씬 길어졌다. 더 건조하고 강해진 바람이 5월까지 전국의 산지를 휘감고 있다.

활엽수 잎이 돋아나고 수목에 물이 오르기 시작하면 산불 위험은 감소됐는데 이제는 5월 중순까지 안심을 할 수 없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영동에 국한됐던 강풍이 영서와 내륙까지 위협하면서 봄철마다 대형 산불의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연료(소나무)와 대기(건조), 강풍(압력)이 맞물리며 산불이 흉측한 괴물로 나타난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위기를 제대로 살펴야 한다. 기후변화 적응 대책의 핵심 의제는 재해재난과 생물다양성이다. 대한민국에서 기후위기에 가장 민감한 재해재난 중 하나가 산불이다. 국가적인 재해재난 중 가장 빈번하게 다가오는 것도 산불이다.

산불 예방과 진화 대책이 거대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산불 정책과 제도를 비롯해 기술과 연구에서 기후변화를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강해지고 공격적인 산불이 전국 산지에서 소나무를 찾아서 어른거린다. 대형 산불로 번질 객관적인 조건이 성숙돼 있다.

산불 예방과 진화 현장의 실상은 안타깝다. 2015년 전후 산불 비상경계기간이 1개월에서 3개월 이상 늘었다. 하지만 산림청과 지자체의 산불 관련 인력은 변화가 없다. 피로감에 절어 있다. 국가적 재해재난을 다루는 인력과 조직에 대한 교육은 대학교 교양과목 수준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국토의 보전을 지켜내는 조직 중 전문 교육기관과 프로그램이 없는 것은 산불분야가 유일하다. 소방학교와 경찰학교를 비롯해 재난안전 분야의 정부조직에는 체계적인 교육이 마련돼 있다. 재해재난과 같은 특수 분야의 교육은 국민의 생명뿐 아니라 투입되는 조직과 대원들의 생명과 안전도 담보한다.

지상 진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실전에 투입돼 배우면서 알아가는 수준이다. 진화 헬기도 더 늘려야 한다. 예산이 문제라면 산불 비상대책기간만이라도 국방부 헬기 20∼30대를 산림항공에 파견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반의 지휘를 받는 것에 대한 정서적 논의가 필요하지 운영상 문제는 없다.

국토의 약 64%가 산지다. 이 중 30%가 소나무 등 침엽수다. 소나무가 아니면 대형 산불 위험은 현격히 줄일 수 있다. 강해지고 공격적인 산불과 마주하기 위해서는 소나무에 대한 정밀한 모니터링 및 공간 정보화해 준비하고 대비하는 전술 변화가 필요하다. 산불은 산에서 발생하는 재난이다. 도시와 건물의 화재도 건조한 날씨에 영향을 받지만 산불과는 차원이 다르다. 기후변화의 최일선에 재해재난이 있고 그 중심에 산불이 도사린다.
2020-05-1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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