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 유치원 버스 참사, 웨이하이에 한국학교 세워야/최현철 웨이하이한인상공회 교민안전분과위원장

[In&Out] 유치원 버스 참사, 웨이하이에 한국학교 세워야/최현철 웨이하이한인상공회 교민안전분과위원장

입력 2017-10-26 23:00
수정 2017-10-27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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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철 웨이하이한인상공회 교민안전분과위원장
최현철 웨이하이한인상공회 교민안전분과위원장
지난 5월 9일 오전 9시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환추이구에 있는 타오자쾅 터널을 지나던 중스(中世) 한국국제학교 부설 유치원 통학버스에서 불이 나 차량에 타고 있던 유치원생 11명이 부모의 품을 안타깝게 떠났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참사는 해고 통보에 앙심을 품은 중국인 운전기사의 방화 때문으로 드러났다. 당시 사고로 숨진 운전기사가 앞 차량에 추돌한 뒤 차에 불을 질렀다는 것이다. 사건을 겪은 부모들뿐 아니라 이곳 교민들도 큰 충격에 휩싸였다. 교민들은 상처를 서로 위로하며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사고의 상처가 아물어가면서 교민들에게 한 가지 바람이 생겼다. 부모가 마음 놓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학생들은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웨이하이시 지역에 한국 학교를 설립하는 일이다.

유가족을 비롯한 교민들이 이를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한국학교 설립을 위한 성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지난 6월 11일 장례를 치른 유가족들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 운수회사와 학교 측으로부터 받았던 보상금을 학교 설립 기금으로 모두 기부했다. 다른 부모들이 똑같은 아픔을 다시 겪지 않도록 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이런 모습에 이 지역 다른 학부모들도 학교 건립을 위해 쌈짓돈을 조금씩 내놓았다. 심지어 자녀가 없는 교민들도 뜻을 모아 기부에 동참했다.

사고 이후 학교 설립 추진위원회가 발족했고, 이들의 노력이 더해져 약 200만 위안(3억 4200여만원)의 성금이 모였다. 교민 사회가 한마음으로 동참한 소중한 결과였다. 단순히 돈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한 학습 공간을 만들어 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모금에도 불구, 한국 학교가 설립되려면 넘어야 할 산들이 몇 가지 있었다. 바로 한국 정부의 내년 예산에 해당 학교 설립과 운영 비용을 반영하는 일이다. 사고 이후 학교 설립을 추진했지만, 안타깝게도 내년도 한국의 정부 예산안에는 ‘웨이하이 한국학교’ 설립을 위한 예산이 반영되지 못했다. 한국의 교육부에 학교 설립·운영 신청을 급하게 했지만, 내년도 정부 예산 편성이 모두 끝난 상황이었다. 국회를 통해 긴급하게 예산이 마련되지 않으면 교민 사회의 염원과 노력도 모두 물거품이 될 처지다.

웨이하이시 지역 교민들이 학교 설립에 노력하는 이유는 또 있다. 최근 웨이하이시에서 유일하게 한국 교육과정을 운영하던 학교가 재정 문제로 내년 3월부터 한국교육과정 운영을 중단하기 때문이다. 재학 중이었던 교민 자녀 190명이 당장 내년부터 갈 곳이 없게 됐다. 특히 한국과 학제가 다른 탓에 이 학생들은 다른 국제학교로 전학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행히 교육부와 칭다오 총영사관의 관심과 협조로 설립추진위원회가 후속 절차를 준비 중이다. 무엇보다 중국 웨이하이시 교육 당국에서 이례적으로 외국인 학교 설립 준비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웨이하이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시범도시로 선정돼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많은 한국기업들이 몰려 있는 도시다. 외국 교민들도 분명히 대한민국 국민이고, 교육은 국민의 기본권이다. 타국에 멀리 떨어져 있지만, 재외 학생들도 교육 기본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하루빨리 웨이하이시에 한국 학교가 설립돼 우리 학생들이 마음껏 학교에서 뛰어놀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아울러 우리 학생들이 배움을 잃지 않고 한국인으로서 자긍심과 정체성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온 국민의 마음이 모이길 간절히 바란다.
2017-10-2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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