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수 상명대 특임교수·전 주미 국방무관
미 국방부에는 ‘군인가족지원정책 부차관보실’이 있다. 군인 가족을 위한 직업교육, 일자리 마련, 상담 등과 관련된 정책을 발전시키고 이를 시행하는 조직이다. 미 국방부가 이 같은 조직을 운용하는 것은 장병들이 전장에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원천이 ‘가족의 안정’이라는 점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군인 배우자들이 안정된 직장에서 개인의 목표를 성취해 나갈 수 있을 때 장병들의 사기 및 현역 복무율이 증가한다는 점도 알고 있다. 미군은 군인 가족들이 배우자의 격오지 근무로 인해 별거하고 자주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군인 가정이 건강하고 가족이 함께 동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군인 가족에 대한 직업 알선은 장병들의 해외근무로 인해 가족들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문제점을 해소하고, 장병들이 전역을 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있다. 미국은 군인 가족에 대한 예우가 군 장병의 임무 완수와 국가에 대한 헌신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미국은 국가 리더십의 관심과 참여를 바탕으로 군인 가족 지원정책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미 국방부는 ‘군인가족지원 웹사이트’와 ‘Military OneSource’라는 24시간 핫라인을 운용, 군인 가족에 대한 직업교육, 직장 알선, 의료상담, 재정지원, 자녀상담 등을 제공하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JFI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2011년 첫발을 뗀 JFI는 출범 후 3년 동안 6만 5000개의 일자리를 군인 가족에게 제공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11월이 되면 대통령이 ‘군인 가족의 달’을 지정하는 선포식 행사를 갖는다. 군인 가족에 대한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자는 의미다. 예비역 취업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현역 및 제대 장병, 가족들의 전직 지원을 위한 범정부적 기구다. 여기에는 정신적 치료지원, 상담, 자녀지원 등이 포함된다.
미디어를 통해서도 미국 참전용사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행사를 많이 볼 수 있다. 상이용사들이 야구 경기에서 시구를 하고, 미식축구 경기에 등장하여 관중의 박수를 받기도 한다. 학교에서는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에 참전한 아빠나 엄마가 깜짝 등장해 학교에 다니는 아들딸과 감격의 재회를 한다. ‘보여 주기식’이라는 일부 비판도 있으나 미국 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 내고 장병들의 희생에 대한 감사를 느끼게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군인 가족의 안정된 생활은 군의 전투준비태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국가안보 사안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군인 가족들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 이사 문제, 자녀들의 학업 문제 등을 개인의 문제로 돌린다. 군의 특성상 가족 중 한 명이 군에 복무하게 되면 실제로는 전 가족이 군에 복무하는 것과 같다. 장병들의 배우자와 자녀들은 군인과 같은 무거운 부담을 안고 살아간다. 가족보다도 국가와 군이 먼저라는 생각을 당연시하면서 모든 것을 희생한다. 군인 가족들에 대해 국가와 사회가 관심을 갖고 지원하면 우리 장병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헌신하게 될 것이다. 군 내 일부에서 발생하고 있는 부정과 일탈로 인해 대부분의 장병과 가족들의 아름다운 희생, 그리고 감사와 지원의 필요성이 묻혀서는 안 된다.
2017-09-0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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