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 벼랑 끝 치닫는 대학농구/정태균 한국대학농구연맹 수석부회장

[In&Out] 벼랑 끝 치닫는 대학농구/정태균 한국대학농구연맹 수석부회장

입력 2017-07-23 17:06
수정 2017-07-2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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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정상의 실력을 뽐내던 한국 농구는 어느덧 중위권으로 밀려나고 있다. 꾸준히 성적을 내려면 일단 선수층이 두꺼워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특히 여자 농구는 남자부 농구에 비해 국제대회 메달 가능성이 높은데도 심각하다. 유소년 선수가 턱없이 모자란다. 요즘엔 딸에게 농구를 시키려는 부모가 많지 않다. 여고엔 엔트리 12명을 모두 채운 학교가 손에 꼽을 정도다. 여고 농구대회를 열면 소속 선수가 5~6명에 불과한 팀들을 많이 만난다. 그럴 때마다 씁쓸해진다.
정태균 한국대학농구연맹 수석부회장
정태균 한국대학농구연맹 수석부회장
우리나라 여대 팀은 9곳, 여고 팀은 20곳뿐이다. 여대 팀만 3000여개나 되는 이웃 나라 일본에 비해 초라하다. 열악한 여대 농구를 발전시키려면 저변을 확대해야 하지만 기존 팀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물론 실력은 일본에 많이 뒤처졌다. 현재 아시아 여자 농구의 정상은 일본 차지다. 남대 농구의 경우에도 일본이 한국과 거의 대등한 실력으로 따라오고 있다. 아직까지 성인 남자 농구에서는 한국이 우위를 보이지만 이대로 가다간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일본농구협회에서 올림픽, 아시안게임 다음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한·일 친선 이상백배 대학농구대회의 40주년 행사가 지난 5월 일본에서 개최됐다. 결과는 한국의 참패였다. 우리나라 대학 남녀 선발은 일본 대학과의 경기에서 나란히 3전 전패를 맛봤다. 적어도 남대 농구에서는 늘 우위를 차지했는데, 이러한 성적표를 받아들자 한국 농구계는 충격에 빠졌다.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일본은 대회 3개월 전부터 합숙 훈련을 이어 온 반면, 한국은 대회 개최지로 떠나기 전 이틀만 합동 훈련을 마치고 출발했다. 학사 일정 때문에 훈련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조직력 면에서 일본을 따라잡기가 애초에 어려운 상황이었다.

열악한 한국 농구의 저변을 넓히려면 학교 체육에 변화를 꾀해야 한다. 현재 체육시간이 점점 줄어들면서 학생들의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다.

선진국에서는 학창 시절에 누구나 예체능 1~2가지를 배워야 한다. 학교 대표로서 주말마다 지역 학교들과의 리그 대회에서 자웅을 겨룬다. 여기에서 재능을 인정받으면 졸업 후 전문 팀을 갖춘 상급학교에 엘리트 선수로 진학하기도 한다. 우리도 이러한 시스템을 튼튼하게 갖춰야 한다.

더불어 ‘운동만 하는 선수’에서 ‘공부도 하는 선수’로 나아가는 과도기적 상황을 잘 넘겨야 한다. 현재 대학 스포츠 총장협의회를 중심으로 각 경기 단체는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만들려 힘을 쏟고 있다. 협의회는 아무리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어도 일정한 학점을 못 따면 대학 리그 경기에 참여할 수 없게끔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단체 훈련도 수업이 없는 저녁 시간 이후 혹은 새벽에나 가능하게 됐다.

이런 과정에서 옛날 선수들에 비해 기량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오전 수업만 하고 오후에는 단체 훈련을 하던 때에 비해 체력과 기술이 모두 저하됐다는 것이다.

단체 훈련 시간이 줄어든 만큼 각자 개인적으로 보강 운동을 해야 하는데 지금 대학 선수들을 살펴보면 부족하다는 느낌을 준다. 낙후한 체육시설을 보완해 줄어든 훈련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지만 이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대학 선수들은 학업과 운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처지다.

그러나 서두른다고 풀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차근차근 정책을 정비해 농구는 물론 대학 스포츠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기 바란다.

2017-07-2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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