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오디오 SNS, 독자를 만나는 새로운 방법/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문화마당] 오디오 SNS, 독자를 만나는 새로운 방법/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입력 2021-04-21 17:12
수정 2021-04-22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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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출판의 일은 저자와 독자를 연결하고, 쓰기와 읽기를 이어 주며, 책과 인간의 만남을 창출하는 게 전부다. 문제는 둘을 잇는 기술과 방법이 늘 변한다는 데 있다. 독자는 자신이 바라는 방식으로 소통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다양한 미디어가 넘쳐나는 요즘엔 좋은 콘텐츠를 선별하고 책을 잘 만드는 일은 기본이고 텍스트·이미지·동영상 등 서브 콘텐츠를 이용해 독자와 대화할 줄 아는 출판사가 생존에 유리하다.

지난 20년 동안 출판은 확연히 달라졌다. 출판사마다 온라인 블로그를 열고 카페를 구축해 회원을 모으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만들어 독자와의 직접 소통에 나섰다. 덕분에 인스타그램은 ‘북스타그램’이 됐고, 유튜브는 ‘북튜브’로 변했고, 독자 모임은 ‘북클럽’과 ‘아카데미’로 바뀌었다. 새로운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빠르게 선점해 독자와 가치를 공유하는 활동은 이제 모든 출판 전략의 기본으로 자리 잡았다.

20세기 초 새로운 미디어인 신문이나 잡지와 공진화하는 작가와 출판사가 생겨났듯 연결의 변화는 저자와 편집자의 얼굴을 바꾸는 중이다.

10년 전만 해도 서재에서 홀로 독서하면서 성찰하고 저술하는 ‘사색적 인간’이 책-인간의 전형이었다면 지금은 저자와 편집자 둘 다 ‘활동적 인간’이 되라는 요청을 받는 중이다. SNS로 많은 팬을 확보한 인플루언서가 좋은 저자로 대접받고, 출판사에 입사하는 편집자는 SNS 활동 여부를 질문받는다. 책의 바탕에 놓여 있는 지혜의 힘을 잃지 않는다면 이러한 공진화는 당연한 일이다.

SNS의 변화도 숨 가쁘다. 최근에 독자들이 빠르게 모여드는 곳은 ‘오디오 SNS 플랫폼’이다. 독서 모임, 낭독회, 글쓰기, 책 추천, 북 토크 등 비대면 상황에서 함께 책 수다를 떨고 싶은 작가들과 독자들이 ‘클럽하우스’ 같은 오디오 플랫폼으로 몰리는 중이다.

오디오 SNS에는 편의성, 현장성, 친밀성 등 세 가지 매력이 있다. 기존 SNS는 모두 뛰어난 글, 좋은 사진, 잘 편집된 동영상 등 별도 콘텐츠 제작 역량을 요구한다. 그런데 오디오 SNS는 목소리만 있으면 누구나 간편하게 방을 열어 찾아오는 이들과 대화할 수 있고, 참여자들 역시 굳이 화면을 보지 않아도 되기에 다른 일상 활동과 병행할 수 있는 편리함이 있다.

또한 팟캐스트와 달리 대화방 개설자의 진행에 따라서 누구나 말할 수 있는 미디어이기에 현장에서 대화 방향과 결론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재즈 즉흥 연주 같은 자유도는 대화의 몰입도를 높이고 즉흥적 참여를 활성화한다.

게다가 방을 폐쇄하면 대화 내용이 사라지는 구어 콘텐츠 특유의 휘발성은 덜한 부담으로 더 속 깊은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물론 차별이나 혐오 같은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미지나 동영상 콘텐츠와 달리 적절한 차림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에 자기 노출에 따른 피로도가 덜하다. 텍스트 콘텐츠로는 쉽게 표현하기 어려운 정감을 목소리를 통해 쉽게 전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속적 사회적 거리 두기 탓에 북 콘서트, 낭독회, 독자 모임 등이 불가능해진 환경에서 작가 또는 독자의 목소리를 가까이 체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무척 매력적이다. 김금희, 요조, 이기주 등 여러 작가가 오디오 SNS에서 독자의 생생한 목소리와 만나려는 이유다.

라이브 북 토크, 랜선 강연회, 온라인 북 클럽 등과 함께 오디오 SNS는 팬데믹 후에도 주요 독자 소통 플랫폼으로 남을 가망성이 높다. 출판은 늘 저자와 독자가 이어져 있는 곳에서 같이해야 한다. 오디오 SNS 콘텐츠에 대한 출판계의 적절한 투자와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2021-04-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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