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그중 여제자이자 모델, 조수였던 카미유 클로델과의 연애는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1883년 43세의 로댕은 자신에게 조각을 배우던 19세의 카미유에게 마음을 뺏겼다. 그녀는 빼어난 미모와 지성, 예술적 재능을 가진 데다 조각가로 성공하겠다는 의지도 강했다. 열애에 빠진 로댕은 사랑을 애원하는 편지들을 카미유에게 보냈는데 그중에 이런 구절이 눈길을 끈다.
“왜 아틀리에서 나를 기다리지 않은 거지? 너를 보지 못하면 끔찍한 광기가 시작된다. 너는 사악한 신, 그러나 나는 열렬히 너를 사랑한다. 매일 너를 볼 수 있게 해 다오. 자비를 베풀어 다오.” 비평가들은 로댕이 카미유와 연인관계였던 10년 동안이 사랑과 성적 욕망을 주제로 한 걸작들을 창조한 시기와 일치한다고 말한다. 누드의 연인들이 등장하는 이 작품은 연애 감정이 창작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보여 준다. 여인의 젖가슴에 얼굴을 묻고 무릎을 꿇은 남자는 로댕, 자신에게 매혹당한 연인을 다정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여자는 카미유다.
로댕, 영원한 우상, 1889년.
로댕도 자신은 모델이 없으면 창작을 할 수 없고, 여체를 만지는 행위는 영감을 얻기 위한 노력이자 사실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표현 방식을 위한 것이라는 논리를 펼치며 세간의 비난을 잠재웠다. 이 작품은 조각에 대한 열정과 여체에 대한 사랑이 하나가 됐을 때 걸작이 태어난다는 로댕의 생각을 거울처럼 반영한다.
2023-05-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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