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기후변화’ 배제, 물 부족 낙관
4대강 보 넘어 지천 정비 등 서둘러야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지난 4일 제9차 회의를 열고 2021년 1월 금강·영산강 5개 보를 해체하거나 상시 개방하는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취소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당시 상시개방 결정된 영산강 승촌보가 강물을 하류로 흘려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가 이처럼 물 부족량을 작게 잡은 건 예측 모델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내놓은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66년부터 2018년까지의 하천 흐름 양상과 50년 빈도의 최대 가뭄 발생 등 과거 정보를 근거로 물 부족량을 예측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기록적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에 대한 경고음이 울린 게 언제인데 10년 단위 물관리 계획을 세우면서 기후변화 요인을 따지지 않았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환경부 전망치가 이처럼 구태의연하니 물 부족에 대비한 사업이 제대로 추진됐을 리 만무하다. 감사원은 미래 가뭄 위험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과거 가뭄 피해를 근거로 상습가뭄재해지구를 지정해 온 행정안전부와 공업용수 부족이 우려되는 지역에서 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추진하는 국토교통부의 사업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감사원 분석 결과 농업용수 부족이 예상되는 지역은 112곳이었는데, 이 중 96곳이 상습가뭄재해지구로 지정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국토부에 산업단지 신규 지정 시 미래 물 부족 위험을 고려하는 내용으로 관련 지침 개정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들 부처뿐 아니라 정부 어떤 조직이든 이제 정책을 수립하고 사업을 계획할 때 기후변화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미래 물 부족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만큼 정부는 수자원 확보를 위한 치수 대책을 서두르기 바란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재자연화’를 내세워 4대강 보 해체 등 치수에 역행하는 정책을 밀어붙였다. 하천 준설이나 지천 정비 등을 죄다 미뤘다. 그로 인해 홍수와 가뭄 피해는 날로 더해 가고 있다. 4대강 보 복원뿐 아니라 지천 정비 등 치수 대책의 속도를 한층 높여야 한다.
2023-08-2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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