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 주지 않아서 가 버린 것들이 많다. 저 혼자 가지 않고 훌훌 데려가 버린 것들은 또 얼마인지.
삽짝을 모르면 삽짝 저쪽 마당가의 수채 도랑을 알 수가 없고. 물이끼 피는 그 도랑을 모르면 “뜨건 물 나가시네” 크게 먼저 소리치고 끓는 솥 비우신 할머니 마음을 알 수가 없고. 그 소리에 놀란 개미들 줄행랑치는 도랑을 돌아 뒤란을 모르면 물앵두 다 익어 몰래 떨어지는 풋그늘을 알 수가 없고. 그 뒤란 너머 안마루의 두레상을 모르면 무릎 붙이고 숟가락 붐비던 그 저녁을 알 수가 없지. 두레밥상 접고 나면 동그란 이마 위로 봉긋한 달.
둥글게 저물던 저녁, 모서리가 없던 밤. 눈만 감아도 삽짝에서 달까지 한달음에 다녀오고야 마는 유월의 이야기.
2023-06-0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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