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6월 구속영장이 기각돼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나와 귀가하고 있다.
이번 기소는 문 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된 지 약 4년 만이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2019년 백 전 장관을 고발하면서 시작된 검찰 수사로 겉과 속이 다른 문 정부 인사 행태가 여실히 드러났다. 백 전 장관은 문 정부 초기 산하 기관장들에게 사직서를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장관과 유 전 장관도 기관장들을 강제로 사직시킨 혐의를 받는다. 이들 모두 문 정부 출범 초기에 이런 일들을 저질렀다. 기가 차는 일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박 정부의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정무수석 등은 법의 심판을 받았다. 그런 파동 속에서 정권을 잡고도 자신들은 더 뻔뻔하게 직권을 남용했던 것이다. 산업부 블랙리스트의 경우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기관장들의 사직을 압박했다. 국정농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 된 지금도 공공기관의 간부 86%가 지난 정부의 사람들이다. 임기 말에 의도적으로 친정권 인사들을 앉힌 ‘알박기’의 결과다. 임기 도중 해임이 유죄인 선례가 있으니 국정의 걸림돌인 줄 알면서도 대부분 버티고 있다. 각종 개혁 정책들에 가속을 붙여야 하건만 이러니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 현 정부 기조에 부응할 수 없는 기관장들은 국정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2023-01-2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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