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아침] 코리아그랜드세일, 내실을 다지자/손원천 문화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코리아그랜드세일, 내실을 다지자/손원천 문화부 전문기자

손원천 기자
손원천 기자
입력 2015-08-26 18:08
수정 2015-08-2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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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천 문화부 전문기자
손원천 문화부 전문기자
판이 커졌다. 2011년 55개 업체가 참여했던 첫 행사 이후 5회 만에 외형이 여섯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코리아 그랜드 세일’ 이야기다. 올해는 300개 업체의 3만 2000여 업소가 참여했다. 이쯤 되면 우리가 늘 마주치는, 알 만한 브랜드 거의 대부분이 행사에 참여했다고 봐도 크게 무리는 없겠다.

보도자료도 앞다퉈 쏟아진다. 관광 관련 업체들이 코리아 그랜드 세일에 참여한다며 내는 자료들이다. 아마 대통령을 비롯한 경제 부총리와 각 부처 장관들이 계속해서 코리아 그랜드 세일을 언급하자, 눈치 빠른 업체들이 알아서 열심히 자료를 쏟아내는 모양새다.

급작스레 이벤트가 시작되다 보니 일정 부분 혼선도 따르는 듯하다. 한겨울 관광 비수기, 그러니까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안 들어오던 시기에 초점을 맞췄던 행사가 메르스 후속 대책으로 8월로 앞당겨지면서 그간 겨울철 대표 축제로 쌓아놓은 브랜드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메르스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이 50% 이상(7월) 줄고, 내수경기가 침체의 늪에서 허덕일 때, 관광객 유치와 내수 경제 활성화란 두 가지 토끼를 겨눌 만한 행사로 여겨졌으니, 당국으로선 무릎을 탁 칠 묘안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행사를 주최한 한국방문위원회는 연일 즐거운 비명을 쏟아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사실 그간 코리아 그랜드 세일의 효용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한데 위원회만의 행사가 아닌 범정부 차원의 행사로 격상되면서, 몇 년 내리 안 풀리던 문제들이 한 번에 해결되고, 내·외국인들의 행사 문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한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 콘텐츠 가운데 하나로 확실히 자리잡을 기회니 말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나라 안팎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의 참여와 파격적인 혜택은 외국인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국가별로 타깃을 정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다고도 했다. 이제 기대에 부푼 외국인들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꼼꼼한 일본인의 경우 벌써 예산 세우고, 코리아 그랜드 세일 홈페이지에서 할인 쿠폰 출력해 차곡차곡 모아두지 않았겠나.

범정부차원의 행사에 우리도 참여한다는 홍보만이 능사가 아니다. 참여업체 본사뿐 아니라 일선 매장까지 일관된 목소리와 직원 교육, 손님을 맞는 응대 매뉴얼 등이 유기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방문위 또한 곳곳에 휘날리는 분홍 포스터만으로 몫을 다한 건 아니다.

참여 지자체 역시 마찬가지다. 지속적인 교육과 모니터링으로 기쁜 마음으로 찾은 손님이 실망해 발길을 돌리도록 해서는 안 된다. 작은 매장까지 물어물어 찾아와 꼬깃꼬깃해진 쿠폰을 내미는 이들이 기분 좋게 매장을 나서게 하는 일, 그게 바로 아시아 제일의 쇼핑 관광 목적지를 표방하는 코리아 그랜드 세일의 첫 번째 조건이다.

아울러 외연이 크게 확장된 이번 행사가 지속적인 ‘규모’의 행사로 자리잡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가 멍석을 깔았다면 신명나게 놀고 가는 것은 업체 각각의 몫이다.

angler@seoul.co.kr
2015-08-2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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