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코로나19와 가을 하늘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코로나19와 가을 하늘

입력 2020-10-27 17:24
수정 2020-10-28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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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가을 전북 삼례. 저 멀리 익산시가 보인다.
2009년 가을 전북 삼례. 저 멀리 익산시가 보인다.
가능하면 카메라를 지니고 다니려고 한다. 취미 사진가로서 빛의 순간을 포착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어서다. 사진찍기는 세상을 찬찬히 관찰하고 음미하는 버릇을 들이는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한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사진을 찍을 순 없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사진 찍기도 곤란하다. 뜀박질하면서도 사진을 찍을 수 없다. 걸어야 가능하다. 서둘러 급히 걷기보단 천천히 걸어야 세상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올해 가을은 매우 특별했다. 가을 하늘이 올해처럼 맑고 투명한 적이 근래에 있었던가. 물론 지금의 장년층 세대가 뛰놀던 유년 시절에는 가을 하늘이 그야말로 투명하고 푸르렀다. 하지만 우리가 경제발전과 고도성장을 향해 달려가면서, 그리고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발돋움하면서 하늘은 암울하게 변했다. 어두컴컴해졌다.

2009년 가을,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서 익산시를 바라보며 찍은 사진이다. 우리가 작년까지 봤던 낯익은 하늘 아닌가. 연무와 공해에 찌든 하늘이다. 칙칙하기 그지없다. 이랬던 가을 하늘이 올해는 그야말로 환골탈태했다. 저마다 스마트폰으로 아름다운 저녁 하늘을 찍어 SNS에 올리느라 정신이 없다. 수십 년 동안 잃어버렸던 맑고 투명한 가을 하늘을 되찾은 것이다. 애국가 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맑고 공활한(드높은) 가을 하늘’을 다시 보게 된 것이다.

감염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생각하면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이 모든 상황이 코로나19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인간의 이동과 생산활동이 줄어들면서 오염과 공해가 줄어들고, 그 결과 뜻하지 않게 맑고 투명한 가을 하늘을 수십 년 만에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역사가들은 늘 시대 구분에 관심을 기울인다. 역사학은 ‘시간적 차원’에 주목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2020년은 중대한 역사적 분기점이다. 후대 역사가들은 2020년을 ‘역사적 21세기’의 출발점으로 평가할 것 같다. ‘물리적 21세기’와 다른 차원이다.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확연히 구분되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으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온 세상이 잠시 속도를 늦춘 이 시기를 문명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돌아보는 계기로 삼는다면, 코로나19는 인류와 지구를 위한 전화위복의 발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천천히 걸으며 생각해 보자.

우석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
2020-10-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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