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ttton-강강훈
200×200㎝, 캔버스에 유화, 2022
첫눈-허은실
곡기를 끊고
누운 사람처럼
대지는 속을 비워 가고
바람이
그 꺼칠한 얼굴을
쓸어 본다
돌아누운 등 뒤에
오래 앉았는 이가 있었다
아-해봐요 응?
마른 입술에
떠넣어 주던
흰죽
세상에는 이런 것이 아직 있다
첫눈은 허공에 발자국도 내지 않고 옵니다.
구겨진 약봉지처럼 꺼칠한 얼굴로 옵니다.
오래 아파서 돌아누운 이 곁에서
미음이라도 한술 뜨게 하려는 마음으로 옵니다.
오는 듯 마는 듯 하다가
쌓이지는 않고 눈썹을 스치며 옵니다.
흰죽의 순정한 표정으로 식어 가며 옵니다.
마른 입술을 적시는 물기로 스며듭니다.
첫눈이 옵니다.
조금 울고 마는 사람처럼 왔다가 그칩니다.
신미나 시인
2022-12-2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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