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의 노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본다
아이의 옆얼굴에 온전한 존재의 모습이
밝고 화사하게 머무는 것을
시간의 종이 울리기 시작하고
울려서 끝날 때까지
우리는 온전히 종소리를 듣지 못한다
삶에 지치고 쫓긴 사람들은
눈치조차 채지 못한다
어린아이가 무엇을 기다리며 꿈꾸고 있는지를
광대의 옷을 입은 채
붐비는 대합실 북적대는 사람들 속에 끼어 앉아
자신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때도
어린아이가 무엇을 그리며 사랑하는지를
백석도 지용도 동주도 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좋아했지요. 일제강점기 우리 시인들에게 릴케는 혹독한 찬바람 속에 마시는 따뜻한 귀리차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자유롭고 따스하고 천진하지요. 그 속에 세계의 신비가 담겨 있지요. 어린아이의 얼굴에 깃든 온전한 존재의 모습. 삶이란 그 모습을 끝내 간직하는 것이지요. 시는 영혼의 순수함과 천진한 꿈의 무지개를 인간의 마음 안에 새기는 것이지요. 당신도 시를 쓰고 싶은 시절 있었지요. 마음 안에 별들이 반짝이던 시절, 그 시절로 잠시 돌아가요. 금요일 밤에 기차를 타요. 바다 가까운 도시에 내려 별을 보고 밤새 파도 소리를 듣고 아침 햇살을 만나요.
곽재구 시인
2021-11-2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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