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축구선수
공을 찬다 날마다 찬다
어느 날은
하늘 높이 사랑을 차 올렸다
사랑은 거기 머물러
다시 내려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생각했다 그것이
해라고 달이라고 새로 뜬 별이라고
내 안에도
내려올 줄 모르는 공 하나
허공에 떠 있다
보아라 불꽃이 되고
사랑이 되고
별이 된다
아침 첫 햇살이 창을 타고 들어선다. 낯선 산마을 게스트하우스 창가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창밖을 흐르는 작은 샛강의 이름을 안다. 옥천. 옥으로 빚은 물 위로 윤슬이 반짝인다. 로맨틱한 감정은 어디에서 찾아오는지 모르겠다. 봉지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종이배를 하나 접어 샛강에 띄울까? 화개 나루의 뱃사공이 되고 싶은 시절이 있었다. 나루를 건너는 사람들에게 아침과 저녁에 쓴 시를 읽어 주고 싶었다. 나루를 건넌 사람들이 꿈을 향해 끝없이 걸어가다 더러는 별이 되고 더러는 달이 되고 몇몇은 함께 모여 태양의 불꽃이 되었으면 했다. ‘당신 안에 내려올 줄 모르는 공 하나’ 있다. 그 공이 당신을 웃게 하고 울게 하고 처음 들른 마을의 낯선 대문을 두드리게 한다.
곽재구 시인
2021-08-13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