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느린 꿈/이송우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느린 꿈/이송우

입력 2021-06-24 17:06
수정 2021-06-25 08:1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느린 꿈/이송우

볕이 내린다 끝도 없이
아무도 모르게 햇볕도 늙는다
담뱃불처럼 반짝 타오르면서 나는
볕보다 오래 살 것처럼 핏대를 세우지 않았던가

낡은 외투를 버린다
내 젊었던 몸이 기거한 곳이다
그대 얼굴이 사진 속에서 웃는다
주름진 내 입가가 따라 웃는다

자정 넘어 귀가한 날
요람 속에서 방긋 웃던 아가를
어떻게 안아야 할 줄 몰랐던 나였지만
수학 문제를 풀며 눈물 흘리는 초등학생은
꼭 안아 줄 것이다

꿈에 속도가 있다니 생각해 보지 못한 개념이다. 꿈은 은하수처럼 하늘 먼 곳에서 반짝이는 존재가 아니었던가. 시를 읽으며 내가 지닌 꿈의 개념이 추상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꿈은 느리지만 천천히 찾아오는 것이다. 핏대를 세우던 젊은 날도, 낡은 외투를 불태우던 날도, 사진 속의 그리운 그대가 웃는 날도 기실은 꿈을 향해 느리게 나아가는 순간임을 깨달을 때 마음 안의 햇볕은 비로소 옛 빛을 찾는다. 추적자의 눈을 피해 도적처럼 들른 자정의 집. 요람 속의 방긋 웃는 아가를 어떻게 안아야 할 줄 모르는 아비의 모습. 그 아비를 꼭 안아 주며 눈물 흘리는 초등학생 아이의 모습 속에 우리가 견뎌 낸 지난 시절의 자화상이 스며 있다.
2021-06-25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출산'은 곧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가
모델 문가비가 배우 정우성의 혼외자를 낳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에 많은 충격을 안겼는데요. 이 두 사람은 앞으로도 결혼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산’은 바로 ‘결혼’으로 이어져야한다는 공식에 대한 갑론을박도 온라인상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출산’은 곧 ‘결혼’이며 가정이 구성되어야 한다.
‘출산’이 꼭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