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당에 피어나는 떡쑥을 보았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들에 나가
털 보송보송한 이 쑥을 뜯었지요
이 쑥 깨끗하게 씻어 말려
어느 날 어머니
쑥떡을 하였지요
이 집 저 집
떡 심부름을 하며 마구 신이 났었지요
오늘 아침 떡쑥 보니
먼 길 가신 어머니
떡쑥의 꽃으로 웃고 계시네요
갑자기 방울방울
떡쑥꽃 같은 눈물 솟아나려 하여
꾹 참았지요
단군신화에 쑥이 나온다. 쑥 한 자루와 마늘 스무 쪽을 먹고 곰은 웅녀가 된다. 웅녀는 상제의 아들 환웅과 하룻밤을 자고 단군왕검을 낳게 된다. 단군의 후예인 우리의 몸에 쑥의 DNA가 들어 있는 셈이다. 춘궁기에 쑥은 훌륭한 구황식물이 됐다. 된장기에 버무린 쑥을 먹으면 몸이 붓지 않았다. 봄날 보리피리를 불며 콩가루 버무린 쑥떡을 먹을 때 생각이 난다. 그땐 몰랐는데 생각하니 낙원이 다름 아니다. 강변에 앉아 쑥 이파리 향기를 맡는다. 꽃과 흙을 버무린 신비한 냄새. 인간의 곁에서 오래 인간과 살 섞은 냄새라 할 것이다.
곽재구 시인
2021-04-1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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