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아침을 맞아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데
돌로 담을 쌓던 아주머니가 나를 부른다
어디서 왔소?
한국이오
아, 그렇다면 우리 아들이 한국에서 돈 벌고 있는데
갸가 보낸 돈으로 집을 이렇게 짓고 있다고
사진을 보여줄 수 있겠소?
아 그러다마다요
집을 짓는 여인네와 집터를 잘 찍고
아예 가족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더니
여동생은 물까지 묻혀서 머리를 다시 빗었다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제일 먼저
라줄 라마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이 전화번호는 결번이오니
다시 확인하고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2000년 1월 1일 생각납니다. 네팔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히말라야 능선 환하게 보였습니다. 옆자리의 미국인 아낙이 20년 전 남편과 히말라야 트레킹을 했다고, 지금 혼자 그 길을 간다고 했습니다. 왜 히말라야에 가느냐? 내게 물었지요. 글 쓰느라 지쳤다고 말했습니다. 행복한 사람이라 하더군요. 맞습니다. 호강에 초쳤지요. 트레킹 마을에는 한국에 일하러 간 사람들 많습니다. 그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할지 짐작하고 남음 있습니다. 랄리구라스꽃 환한 농가에서 미국인 아낙 다시 만났습니다. 이곳 사람들 모습 설산에 핀 꽃과 닮았다 하더군요. 라줄 라마와 그의 가족들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곽재구 시인
2021-01-08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