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카나우지 지방에서는
미티 아타르라는 이름으로
비 향기를 담아 향수를 만든다
사람들에게 비가 오기 직전의 고향 땅의 풋풋한 흙내음을
사실적으로 떠오르게 한다는 흙 향수
내 고향은 정우淨雨인데
맑은 비가 뛰어다니는 지평地平 마을이다
생땅을 갈아엎은 듯한
비에서 풍기는 흙내음
비 향기 진동하는 지평선
그 진동을 담은 시를
단 한 편이라도 쓸 수 있을까
수보르 생각이 난다. 수보르는 인도 산티니케탄에서 머물 때 만난 내 친구 이름이다. 수보르는 자전거 릭샤를 몰았다. 불가촉천민인 그는 마을의 꽃 이름을 다 알았고 마을 여인들의 이름 또한 다 알고 있었다. 비가 오는 날은 내 집 앞에 릭샤를 세우고 나를 불렀다. 쫌빠다, 에쿤 하와, 발로 나!(쫌빠다, 비가 오니 얼마나 좋아!) 쫌빠다는 인도에서의 내 이름이다. 그와 나는 후드도 없는 릭샤를 타고 교외로 나간다. 그는 내게 비에 젖은 흙냄새는 고향의 냄새라며 사람은 그 흙냄새 때문에 이승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상의 모든 꽃향기는 비에 젖은 흙에서 태어난다고도 얘기했다. 미티 아타르(miti attar), 비 냄새와 흙냄새가 버물린 향수.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이 향수를 쓰고 순박한 시골 꽃처럼 살았으면 싶다.
곽재구 시인
2020-10-1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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