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동서횡단철도 개통 20주년 기념 식장에서
종신 철도원으로 표창받는 남자에게
한 노동자가 다가와 인사했다
이봐 윌리, 나야 몰라보겠나?
20년 전에 우리 일당 5불을 위해 일했잖아
그랬나? 그때도 난 철도가 좋아 일했던 것 같은데
강을 따라 걸어가며 인사하기를 좋아한다. 흐르는 물에게, 줄지어 선 버드나무에게, 노랗고 하얀 꽃들에게, 바람에 흔들리는 풀들에게. 안녕! 간밤에 좋은 일 없었어?라고 묻는다. 고등학교 1학년 가을, 시가 나를 찾아왔다. 시가 좋았고 50년 세월이 흘렀다. 아둔해서 소월이나 백석 지용 닮은 시 한 편 쓰지 못했지만 시 곁에 머문 얼간이 같은 시간들이 좋았다. 강물 속 물고기에게 묻는다. 무엇을 위해 강물을 따라 흘러가나? 하하하! 물고기들이 웃는다. “멍청이 같은 이라구! 너는 왜 시를 써?”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며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믿었다.
곽재구 시인
2020-09-1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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