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재인
별을 알기 전
가득함을 알았지만
별을 알고 나서
빈 마음을 알았습니다
별을 알기 전
신념의 풍요를 알았지만
별을 알고 나서
풍요는 갈증에 눈뜨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던가 별이 들어온 날
가슴은 별로 가득하였지만
그때부터 한구석 빈 마음임을
깨달았습니다
별을 알기 전
고요인 줄 알았던 것은
별을 알고 나서
그것이 소용돌이임을 알았습니다
재인은 1980년 서울의 봄, 공주사대 학생회장이었습니다. 군사재판에서 3년을 선고받기도 했지요. 덕수상고 교사를 하다 결혼해 주말 부부가 됐지요. 아내는 강원도 홍천의 중학교 교사였습니다. 1990년 9월 1일 섬강 버스 추락사고로 아내와 아들을 잃었지요. 9월 15일 아내와 아들의 죽음이 머문 여주 고대병원 앞 섬강 전신주에서 짧은 글 남기고 생을 마감했습니다. 부디 저의 죽음을 애통해하지 말 것을 당부드리며 세 식구 하늘나라에서 다시는 헤어짐 없는 만남과 행복을 기원해 주기 바랍니다. 살아계신 분들은 제가 없어도 능히 견딜 수 있지만 저희 세 사람 함께 있지 않고는 견딜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곽재구 시인
2020-06-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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