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딜, 나를 위해 카펫을 짜줘
꿈과 비전으로
바람으로
나도 베두인처럼 기도할 때
그것을 펼치게
둘둘 말아 덮고 자게
매일 아침 외칠 거야
아침 햇살보다 당신이 환해요!
추운 겨울엔 망토로 입게
돛으로 쓰게
어느 날 나는 카펫에 앉을 거야
그리고 멀리 항해를 떠날 거야
다른 세계로
어릴 적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세상 이곳저곳 여행하고 싶었지요. 맨 처음 사라센에 가고 싶었습니다. 거인이 지키는 성안엔 아름다운 공주가 살고 있고 무희들의 춤과 노래가 끊이지 않지요. 성벽은 맛있는 생크림으로 만들어져 있고 성 앞을 흐르는 시냇물엔 색색의 과일 주스가 흐르지요. 성문 계단에 앉은 노파는 매일 천 편의 시를 써서 밤하늘의 별들에게 읽어 줍니다. 비가 오는 날엔 비들을 위한 시를 쓰고 비가 그친 하늘에 무지개를 걸어 둔답니다. 어릴 적 사라센을 꿈꾸며 하루 천 편의 시를 쓰고 싶었지요. 시인이여, 아름다운 연인 부딜과 함께 양탄자를 타고 내 어린 시절 사라센으로 놀러 오세요.
곽재구 시인
2020-06-1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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