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가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서용선
143.5×230.5㎝,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0
전 서울대 서양화과 교수, 제26회 이중섭미술상
전 서울대 서양화과 교수, 제26회 이중섭미술상
143.5×230.5㎝,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0
전 서울대 서양화과 교수, 제26회 이중섭미술상
소야곡 / 민영
하모니카가 지나간다
야심한 시간 11시 35분
손님이라곤 없는 전동차 안에서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하모니카 소리가 지나간다
한 손에는 동냥 그릇
또 한 손에는 악기를 들고
비실비실 뒤뚝뒤뚝
앞 못 보는 하모니카가
하루의 노동으로 곯아떨어진 승객들 사이로
소야곡을 울리며 지나간다
하늘이 파랗고 구름은 하얗다. 예전엔 이즈음을 독서의 계절이라 불렀다. 삶이 아무리 힘들고 핍진해도 나무 벤치에 앉아 책 한 권 읽는 것이 영혼을 위한 소슬한 공양이었다. 늦은 밤 귀갓길, 전동차에 앉아 책을 읽는 이를 보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럴 때 하모니카를 불며 지나가는 이가 있다. 눈 감고 하모니카 소리를 들으며 인생이란 한없이 쓸쓸하면서도 얼마나 우아할 수 있는가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 독서의 계절이란 말은 사라지고 없다. 지하철 안의 사람들 모두 핸드폰에 골몰한다. 평생 핸드폰을 바라보다 관에 들어가는 것, 인생의 정의일지 모른다.
곽재구 시인
2019-10-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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