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장미 가족/프로스트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장미 가족/프로스트

입력 2019-09-26 17:54
수정 2019-09-27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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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가족/프로스트

장미는 장미

언제나 장미

하지만 요즘 생각에는

사과도 장미

배도 장미입니다, 하여

오이도 장미가 됩니다

다음엔 무엇이 장미가 될지

아무도 몰라요

당신은, 물론 장미이지요

언제나 장미였거든요

*** 당신에게 장미는 누구인가요? 당신에게 장미는 무엇인가요? 시를 처음 쓰기 시작할 때 내게도 장미가 찾아왔지요. 밤하늘의 은하수, 탱자 울타리에 핀 꽃, 판자 울 밖으로 날리던 라면 냄새, 처음 만난 커피 향, 만주로 가던 밤기차, 짜장면 집에 앉아 기다릴 때 날아오던 파리, 반찬 접시 위 고추 물 든 깍두기, 벽돌색 줄이 쳐진 원고지, 얼어붙은 겨울밤의 잉크병, 아침 햇살, 자두꽃 향기…. 모두가 다 장미였지요. 그 모든 장미를 사랑해요. 장미가 곁에 있으니 세상은 꽃밭이네요. 어젯밤은 흑흑 울었지요. 그 눈물도 다 장미예요.

곽재구 시인
2019-09-2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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