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길 / 서울-청계5가(137×93㎝, 화선지에 수묵 담채)
이화여대 명예교수. 동양화가들의 단체 후소회 회장
기둥 넘어져 무너지는 스라브판과 함께
야윈 철근쟁이 한 명
늙은 목수 한 명
무너졌습니다
넘어진 기둥 일으켜
새로 온 젊은 목수들 합판을 깔고
튼튼한 철근쟁이들 몰려와
좀 더 튼튼하게 철근을 넣어도
무너진 사람들 일어서지 않습니다
살아남아 캄캄한 가슴으로
쓴 소주 마시던 사람들
가벼운 바람에
무재해 깃발 한 번 흔들리면
뜨거운 눈물로 피 묻은 이름 씻어
가슴에 묻습니다
휘어진 철근토막
부러진 나무토막
불도저 삽날에 밀려
피 묻은 여름도 함께 파묻힌 공사장
철근을 메다 말고 담배 한 대참
가을 서늘한 햇살에 젖는데
철근 야적장 옆 언덕 위
철 지난 패랭이꽃 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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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이 있는지 없는지 알지 못한다. 살다 보면 지옥은 꼭 있어야 할 것 같다.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고 타인의 몫을 빼앗는 이들이 죽은 뒤 천국에 간다면 정말 아닐 것 같다. 가난하고 힘없는 백성들 돌보라고 힘을 준 장관, 국회의원들이 자기 몫만 챙겼는데 천국에 간다면 신은 노망했거나 사탄의 형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스무 살 비정규직 젊은 청춘들이 외주 공사장에서 죽어 간다. 그들이 지닌 낡은 가방 안에 공통적으로 컵라면이 들어 있다. 장관이나 국회의원이 가방 안에 컵라면을 넣고 힘없는 이들을 찾아다닌다면, 그때 대한민국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곽재구 시인
2019-02-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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