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고형렬/두루미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고형렬/두루미

입력 2018-12-27 17:28
수정 2018-12-28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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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준 / 시간-기억(캔버스에 여러가지, 65㎝×92㎝)
김유준 / 시간-기억(캔버스에 여러가지, 65㎝×92㎝) 한국적 색감과 자연친화적 소재에 천착한 작가. 홍익대 서양화과·동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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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고형렬

하늘에 두 사람이 날아가고 있다

이야기하며, 귀로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 쳐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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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장 보낼 이름들을 적어 본다. 이름들 사이 고요히 함박눈이 내린다. 좋은 사람들. 생의 향기가 솔솔 스미어 나오는 사람들. 그들 곁에서 이야기하고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쳐다보고 싶어진다. 이름을 생각하면 불편해지는 이름도 있다. 그들에게도 연하장을 쓴다.

트럼프씨와 아베씨에게.

지난번 차가운 물 위에 띄운 종이배에 태워 드려 미안했어요. 차가운 물이라야 조금 정신이 들지 않겠는지요. 새해에는 두 분이 좀 더 착하고 이성적이었으면 해요. 아기와 함께 국경을 넘어오는 난민들에게 관대히 대해 주세요. 담장을 쌓는 천문학적인 돈으로 그들을 도울 방법은 없을까요. 70년 넘게 헤어져 살아온 8000만 사람들 서로 손잡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평화는 안 돼! 라고 말하는 무기수출상에게 판로 변경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시오! 라고 말해 주세요. 지난날의 역사를 반성하지 않는 것은 선배들을 영예롭게 하지 못해요. 과오를 부끄러워하고 참회하는 것은 인간성이 지닌 최고의 미덕이에요. 한마디면 되요. 부끄럽습니다. 좋은 일본인이 되겠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환호할 거예요. 종이배 위에 꽃을 가득 싣고 두 분을 초대합니다. 전 세계의 항구에서 사람들이 만세를 부르며 두 분을 맞이할 거예요. 하늘의 두루미처럼 서로 보고 웃고 따뜻이 얘기하고 볼을 꼬집고 생을 즐기세요.

곽재구 시인
2018-12-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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