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보는 여인(알제리)/김병종
41×31.8㎝, 한지 캔버스에 먹과 채색.
서울대 동양학과 교수. 2014년 대한민국 문화훈장
서울대 동양학과 교수. 2014년 대한민국 문화훈장
콜롬비아산 커피가 내 서재에 오기까지의 인연을 생각하네
콜롬비아 하늘과 검은 땅과 햇빛과 물과 바람이 이 커피 열매에 스며들었다는 생각
콜롬비아 검은 원주민의 땀과 노동과 석유 불길이 커피 열매를 말렸다는 생각
콜롬비아 트럭과 기차와 화물선과 무역상들의 욕심이 커피 열매를 한국에 실어 보냈다는 생각
기운을 북돋아 주는 커피 향이여, 그 불길이 꺼지지 않기를
기운을 북돋아 주는 커피 맛이여, 내 사유의 불꽃을 화려하게 꽃피우기를
기운을 북돋아 주는 카페인이여, 내 시의 불꽃을 축복하기를
커피는 험악한 산맥과 먼 바다를 건너서 온다. 나는 콜롬비아에 아직 가 보지 못했지만 서재에서 콜롬비아산 커피를 마신다. 비옥한 대지가 키운 커피나무 열매를 익힌 것은 콜롬비아의 햇빛과 비의 양(量)이다. 그것들이 의식을 깨우는 카페인에 뒤섞여 내 핏속으로 고스란히 흘러든다. 커피는 무료하고 지친 날의 외로움과 권태를 덜어 주는 벗, 빛나는 우애와 창조의 촉매제다. 우리는 햇빛이 나무 위로 흘러넘치는 게 좋아서, 또 다른 날은 비가 비둘기같이 걸어오는 게 좋아서 커피를 마셨다. 어느 심야, 커피를 마시며 쓴 내 시에는 분명 커피의 성분도 녹아들었을 테다. 커피는 상상력의 돛대를 활짝 펼치고 나아가게 하고, ‘사유의 불꽃을 화려하게’ 피어나게 만들었다.
장석주 시인
2018-05-1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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