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 북한산 No.45 (76×80㎝, 리넨에 유채)
서울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교수. 갤러리현대·갤러리소소·아트선재미술관 등 국내외 전시 다수.
눈꽃 활짝 피운 아침의 산책길
푸드덕 까마귀 한 쌍 날아오릅니다
겨울 소나무 숲이 공손하게 받드는 하늘이
까마귀 두 점으로 더욱 화창합니다
쾌청은, 한둘 오(烏)점이 있어야 아뜩한 것
막장까지 비춰 내는 푸름이므로
바늘구멍, 그 한가운데가 우주의 중심이라도
가까이, 가까이로 꿰뚫고 싶습니다
까옥, 까까옥!
까마귀들이 하늘을 끌고 까마득히 솟구칩니다
겨울 소나무 숲이 공손하게 받드는 겨울 하늘은 쾌청! 차라리 쨍하고 금갈 듯 맑은 유리다. 거기 까마귀 두 점 떴다. 저 푸르고 맑은 겨울 하늘에 까마귀 떴으니 그게 오(烏)점 아니고 무엇이리. 저 깊은 겨울 하늘의 푸름이 주는 영감은 우리에게 높이 날고 까마득히 솟구칠 무대가 있다는 것이다. 하늘에는 수억 개의 별이 뜨고, 어둠이 걷히면 해가 높이 떠서 누리에 빛을 뿌린다. 하늘은 아직 가 닿지 못한 꿈과 동경의 세계다. 우리는 머리 위에 그런 세계를 이고 산다. 그러니 현실의 남루함 따위는 늠름하게 버텨 낼 수 있다. 하늘은 쾌청, 현실은 아직 꿈을 품고 살아 볼 만하다.
장석주 시인
2017-12-0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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