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범 ‘Fantasia Spring’
250×124㎝, 캔버스에 아크릴.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운영위원 역임. 워싱턴 갤러리 미셸, 서울 선화랑 개인전.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운영위원 역임. 워싱턴 갤러리 미셸, 서울 선화랑 개인전.
나뭇잎 씻어줄래
투명하도록 푸르게 씻어줄래
푸른빛 타오르게 불태울래
벌들의 몸에도 붙어 반짝이며 날아갈래
죽은 나무에도 척 붙어 쓰다듬을래
바위에도 내려앉을래
거름 더미에도 내려앉을래
눈부시게 만들래
노란 꽃처럼 한 송이 노란 꽃처럼
세상을 그렇게 만들래
비 갠 뒤 대기는 파랗게 빛난다. 햇살은 풀잎 끝에 매달린 둥근 빗방울들을 진주 알갱이처럼 꿴다. 빛의 명료함 속에서 민들레는 노랗고, 버드나무 새잎은 연두색이다. 버드나무 늘어진 가지를 흔들며 오는 바람도 연둣빛에 물든다. 비 갠 뒤 아침은 햇살이 수놓는 파랑, 노랑, 연두색들로 색채의 향연(饗宴)을 펼친다. 햇살은 할 일이 많다. 여기 동사(動詞)들이 그 증거다. 씻어줄래, 불태울래, 날아갈래, 쓰다듬을래, 내려앉을래, 만들래. 이 햇살이 부린 마법으로 비에 씻긴 세상은 한결 영롱하게 반짝이는 것이다.
장석주 시인
2017-04-2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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