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눈에는 나도 흑백으로만 보일 것이다
흑백의 구름 알약들
나는 자주 심지를 잘라야 했다
그을음을 줄이는 가위
공원에 앉아 있으면
겨울이 왔고 여름이 왔다
소리 내서 우는 연습을 해봐
무릎이 벗겨질 것처럼
울부짖는 법을 배워 봐
구경꾼들은 구경하다 돌아갔다
울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무엇과도
상관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마음에도 지도가 있어서 누군가 그것을 펼쳐 보면, 몇 군데는 옛 마을로 낡아 가고 몇 군데는 신도시로 일어서겠지. 어쩌면 누렇게 번져 간 물자국만 지워진 선들 위에 황망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그 지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자는 자기 자신뿐이라는 것을, 그 지도의 길을 세상에서 찾는 일도 자신만의 몫이라는 것을, 이 시는 말하는 것일까?
세상은 제가 가진 색깔로 나를 칠한다. 나는 구름의 알약을 먹고 심지를 자르며 세상이 되어 간다. 그렇게 계절을 바꾸며 흐르는 시간들. 구경꾼들로 가득찬 공원에서 내가 그 무엇과도 상관없는 사람이 되는 방법은, 무릎이 벗겨지도록 우는 것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아니, 울 수밖에 없어서 우리는 구경꾼들 속에서도 각자의 사람인지도 모른다.
신용목 시인
2017-02-0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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