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영/Reproduction of time-Dream
227.3X112.1X5.3㎝ 나무 패널에 혼합
홍익대 졸업, 성신여대 서양화과 교수
227.3X112.1X5.3㎝ 나무 패널에 혼합
홍익대 졸업, 성신여대 서양화과 교수
그가 나에게 악수를 청해왔다
손목에서 손을 꺼내는 일이
목에서 얼굴을 꺼내는 일이
생각만큼 순조롭지 않았다
그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자꾸만 잇몸을 드러내며 웃고 싶어했다
아직 덩어리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나는 할 수 없이 주먹을 내밀었다
얼굴 위로 진흙이 줄줄 흘러내렸다
이 시가 쉽게 읽히지 않는 이유는 각 연이 ‘그’의 이야기인지 ‘나’의 이야기인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액자’가 가진 평면성과 ‘덩어리’가 가진 입체성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잘 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혹은 그래서, 애초부터 이 시는 세부적인 의미를 묻고 따지는 것을 계산하지 않고 쓰여졌을 것입니다. 시는 ‘고통’이라는 감각을 말로 바꿔 놓는 장르가 아니라 고통 그 자체를 드러내는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시를 통해 구속받는 자의 괴로움과 답답함, 그곳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이 전해졌다면 충분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주먹을 내밀었다’는 말에 조금 적극적인 해석을 보태고 싶습니다. 색다른 인사법쯤으로 읽을 수도 있지만, 꼭 ‘액자’를 깨뜨리는 행위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액자는 자신의 육체일 수도 있고, 삶의 조건일 수도 있고, 정치와 같은 사회 구조일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뭉개지는 위험이 따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설령 그 틀을 깨고 나오는 것이 미완의 ‘덩어리’에 불과할지라도 이미 우리는 2차원의 세계에 가둘 수 없는 3차원의 세계를 알고 있습니다.
신용목 시인
2016-11-1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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