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귀대/도종환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귀대/도종환

입력 2016-11-11 18:00
수정 2016-11-1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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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용수 - 사랑합니다
모용수 - 사랑합니다 40.9×31.8㎝ 캔버스에 유채.
원광대 미술대학 및 대학원 졸업. 27회 구상전 대상, 11회 신미술대전 최우수상.
귀대/도종환

시외버스터미널 나무 의자에

군복을 입은 파르스름한 아들과

중년의 어머니가 나란히 앉아

이어폰을 한쪽씩 나눠 꽂고

함께 음악을 듣고 있다

버스가 오고

귀에 꽂았던 이어폰을 빼고 차에 오르고 나면

혼자 서 있는 어머니를 지켜보는 아들도

어서 들어가라고 말할 사람이

저거 하나밖에 없는 어머니도

오래오래 스산할 것이다

중간에 끊긴 음악처럼 정처 없을 것이다

버스가 강원도 깊숙이 들어가는 동안

그 노래 내내 가슴에 사무칠 것이다

곧 눈이라도 쏟아질 것처럼 흐릿한 하늘 아래

말없이 노래를 듣고 있는 두사람

문득 들국화를 보지 못한 날이 오래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다시 곰곰 생각하자니, 이 가을 어딘가에 들국화 핀 들판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정말 시외버스터미널 외진 나무 의자에서는 이어폰을 나눠 꽂은 모자가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테지만, 이제 저들의 사무침은 그리움만이 아니고 애틋함만이 아니고 쓸쓸함만이 아닙니다. 저들이 차창 너머로 서로를 보내는 이유에 대해, 나란히 음악을 듣던 귀로 들어야 할 총소리와 고향처럼 늙어 가는 기다림의 시간에 대해, 무엇보다도 왜 스산한 삶은 꼭 저들의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자꾸만 묻게 됩니다. 두 사람이 말없이 듣고 있는 노래 속에는 봄여름 없이 눈이 내릴 것입니다. 가을이 보이지 않습니다.

신용목 시인
2016-11-1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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