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민의 돋보기] 감출수록 음지로 가는 청소년 성문제

[김유민의 돋보기] 감출수록 음지로 가는 청소년 성문제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1-10-20 17:22
수정 2021-10-21 06:0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힐난도 자랑도 수치도 아닌 콘돔 전시회’에서 한 관람객이 전시물을 올려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힐난도 자랑도 수치도 아닌 콘돔 전시회’에서 한 관람객이 전시물을 올려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애한테 콘돔을 팔면 어떻게 해요.” 한 편의점 점주가 여고생에게 콘돔을 판매했다가 학생 어머니에게 항의를 받고 경찰에 신고까지 당한 사연이 알려졌다. 학생 엄마는 “고등학생한테 콘돔을 팔다니 제정신이냐. 당신이 우리 애 임신하면 책임질 거야”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경찰을 불렀다. 경찰은 “현행법상 미성년자에게 콘돔 판매가 가능하다”고 학생 엄마에게 고지했지만, 그는 “말도 안 된다”며 경찰과 다투기까지 했다.

법적으로 일반 콘돔은 성인용품이 아니어서 미성년자도 살 수 있고, 여성가족부가 고시하는 ‘청소년 유해 약물·물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콘돔을 ‘성인용품’으로 바라보는 잘못된 사회 인식 때문에 청소년들은 피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청소년들의 성경험은 마냥 숨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질병관리청의 ‘청소년 건강 행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성관계 경험률은 10년 사이 5.1%(2009년)에서 5.9%(2019년)으로 증가했다. 성경험이 있는 중1부터 고3 청소년을 기준으로, 성관계 시작 연령은 평균 13.6세(2018년 기준)였다. 2년 전 조사에서 고3 남학생의 경우 100명 중 15명(14.6%)꼴로, 고3 여학생의 경우 100명 중 7명(7.2%)꼴로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성관계 경험자의 피임 실천율은 58.7%밖에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성경험이 계획하지 못한 임신과 출산, 낙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15~19세 여성 출산 사례는 2016년 1907건, 2017년 1520건, 2018년 1292건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연간 1000건을 넘는다. 임신 12주 이후인 후기에 낙태 수술을 받는 비율은 훨씬 높았다.
이미지 확대
콘돔 구매가 법적으로 금지됐다고 잘못 알고 있는 청소년도 상당수다. 제대로 된 피임법을 배우지 못한 청소년들은 랩이나 비닐봉지 등 엽기적인 방법을 쓰기도 한다. 포르노 영상에서 배우는 성은 그릇된 인식으로 이어지고, 성적 행위와 피임기구 사용이 터부시되면 낙태나 성병 등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남녀노소 콘돔을 사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불편하다’며 쓰지 말자고 하는 게 오히려 잘못됐다는 걸 알아야 한다. 어릴 때부터 제대로 성교육을 받지 못하면 성인이 돼서도 피임에 어려움을 겪는다. 피임은 무분별한 임신을 막을 뿐만 아니라 남녀 모두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한국에서는 유독 성에 대한 무지함을 순수함으로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하고 안전하게 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학생답지 않다’는 이유로 피임기구 사용을 터부시하고, 임신과 출산한 청소년을 외면해 또 다른 생명을 위험하게 만드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시기적절한 성교육을 통해 효과적인 피임법을 알려 주고,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
2021-10-21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출산'은 곧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가
모델 문가비가 배우 정우성의 혼외자를 낳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에 많은 충격을 안겼는데요. 이 두 사람은 앞으로도 결혼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산’은 바로 ‘결혼’으로 이어져야한다는 공식에 대한 갑론을박도 온라인상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출산’은 곧 ‘결혼’이며 가정이 구성되어야 한다.
‘출산’이 꼭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