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역사기행] 우리 주변의 고대 이집트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역사기행] 우리 주변의 고대 이집트

입력 2018-11-18 17:18
수정 2018-11-19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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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 문명은 학문의 영역 밖에서도 항상 인기가 높다. 이집트 유물을 소장한 세계 각지의 박물관들은 언제나 관광객들로 붐비고, 피라미드나 스핑크스, 파라오, 오벨리스크 등과 같은 고대 이집트의 유산들은 계속해서 많은 대중 매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집트 마니아’라는 개념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뜨거운 고대 이집트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은 서구 사회에서는 이집트학이라는 학문의 발전 과정과 그 궤적을 함께해 온 것인데, 다음의 두 가지 상황은 특히 그 대중적 관심이 형성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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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수 더럼대 고고학과 연구원
곽민수 더럼대 고고학과 연구원
나폴레옹은 1798년에서 1801년 사이에 프랑스혁명 전쟁의 일환으로 이집트로 원정을 떠났다. 그는 160여명에 이르는 학자들을 원정군과 동행하게끔 했고, 그 덕분에 학자들은 신변의 안전을 보장받는 상태에서 당시 기준에서는 최고로 엄정한 방식으로 이집트 곳곳을 조사할 수 있었다. 이후 프랑스로 돌아온 학자들은 조사한 내용을 1809년에서 1829년에 걸쳐 총 5권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백과사전으로 출간하는데, 그것이 ‘이집트지(誌)’(Description de l’Egypte)다. 아름다운 삽화가 가득한 이 문헌은 연구자들에게 유용하게 사용됐던 것뿐만이 아니라 연구자가 아닌 이들의 이목을 끌기에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이집트지’의 출간이 서구 지식인들의 이집트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지폈다고 한다면, 그보다 약 120년 후에 이루어진 한 발굴은 이집트에 대한 대중적 관심의 저변을 조금 더 넓혔다고 할 수 있다. 1922년 영국의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는 도굴되지 않은 왕묘를 하나 발견했다. 투탕카멘의 무덤이다. 황금으로 만들어진 유물들이 가득 찬 도굴되지 않은 왕묘의 발굴은 그때까지 유래가 없던 일이었던지라 세계 유수의 언론들은 이 발굴 소식을 연일 특보로 보도했다. 더욱이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발굴팀으로 파견된 전문 사진사 해리 버튼의 사진 덕분에 유럽과 북미의 시민들은 발굴 소식을 생생한 이미지와 함께 거의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투탕카멘의 저주’와 같은 괴담이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그런 괴담들조차도 오히려 고대 이집트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고대 이집트에 관한 학문적 전통이 전혀 없는 한국에서도 고대 이집트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상당히 뜨겁다. 그 실례로 2017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던 ‘이집트 보물전’은 총관람객 숫자가 30만명이 넘었을 정도로 굉장한 성공을 거두었다. 뿐만 아니라 여러 테마파크나 워터파크에서도 고대 이집트를 테마로 만들어진 조형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형물들은 대부분 고증을 거치지 않은 채 피상적으로 이미지만 가져와서 만들어진 것이다. 예컨대 여신 이시스나 하토르에게 사용되는 암소 뿔과 태양으로 이루어진 머리 장식을 남성 모습의 조형물이 쓰고 있는 식이다. 조형물에 사용된 모티브들이 과거 어느 시점에서는 분명한 맥락을 갖고 사용되던 진짜 역사적 산물임을 감안할 때 사실성이 떨어지는 이런 재현이 갖는 의미는 제한적일뿐더러 어떤 대상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학문적 성취는 상호 의존적이라는 점에서 이런 고증이 생략된 재현은 조금 아쉽다. 그런 측면에서 2017년에 출시된 게임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은 고대 이집트 문화가 성공적으로 재현된 대중문화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캐나다에서 만들어진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게임의 제작 과정에는 전문 이집트학자가 직접 참여해 게임의 다양한 측면을 꼼꼼하게 고증했다. 언젠가는 엄정한 고증을 토대로 재현된 고대 이집트를 한국에서도 만나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2018-11-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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