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어머니가 ‘사랑해’라고 해도 확인해야/이제훈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어머니가 ‘사랑해’라고 해도 확인해야/이제훈 사회부장

이제훈 기자
이제훈 기자
입력 2022-06-29 20:02
수정 2022-06-30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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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감 인사안 놓고 초유의 진실 공방
행안부 통제로 정권 보위기관 전락 우려
경찰 민주 통제 공감하지만 방식 회의적

이제훈 신문국 에디터
이제훈 신문국 에디터
1890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 시카고에 있던 ‘시카고통신’(City News Bureau of Chicago)은 기자 사관학교로 불리며 수많은 언론인을 양성했다. 특히 이 회사가 강조하며 유명한 문구가 된 것이 바로 “너의 어머니가 ‘사랑해’라고 말하더라도 그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라”는 것이었다.

언론계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유명한 이 문구가 최근 다시 생각나는 이유는 경찰 치안감급 인사를 둘러싼 초유의 진실 공방 때문이다. 치안감은 경찰 계급 중 치안총감ㆍ치안정감 다음의 세 번째 상위 계급으로 경찰청 국장급이나 시도 경찰청 수장으로 임명된다. 일반직 공무원으로 따지면 2급 대우를 받으며 고위공무원단 나급에 해당한다.

문제는 지난 21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외 출장 이후 저녁에 난 28명의 치안감 인사에서부터 불거졌다. 치안정감 인사에서도 행안부 장관이 직접 후보자를 면접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공개된 치안감 인사 중 7명이 불과 2시간 만에 바뀐 것이다.

경찰공무원법 7조는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은 경찰청장 추천을 받아 행안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치안감 인사는 대통령실ㆍ행안부ㆍ경찰청 간의 인사 협의가 이뤄진 뒤 발표되는 것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장관은 경찰이 최종안이 아닌 인사안을 공개했다고 주장한다. 해외 출장을 가기 전 최종 인사안을 컴퓨터에 보관했지만 귀국 후 공항에 있어 이를 치안정책관에게 전달할 수 없었는데 경찰이 최종 인사안이 아닌 다른 안을 공개했다는 얘기다. 이 장관이 “경찰이 희한하게 대통령 결재가 나기 전에 기안 단계의 인사안을 공지해 사달이 났다”고 말한 것도 이런 점을 반영한다. 이 장관 주장대로라면 ‘간이 배 밖에 나온 경찰’이 상관 OK 사인도 나지 않은 인사안을 언론에 마음대로 공개한 것이다.

반면 경찰은 당초 실무자의 실수라고 얼버무리려다 ‘국기문란’이라는 말까지 듣자 행안부에서 최종안이 아닌 것을 전달했다며 억울해하는 표정이다. 관행적으로 ‘윗선’에서 다 정리돼 내려온 인사안을 다만 대통령 결재 전에 발표한 것뿐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달과 이달 초 치안정감 승진과 보직 인사 때도 지난 8일 내정 발표가 있었고, 9일 대통령 결재가 이뤄졌다. ‘국기문란’이 당시에도 벌어진 것이다. 다만 용산 대통령실은 치안정감 인사 때는 미리 보고가 있었고, 이번 치안감 인사에서는 그런 보고가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경찰 인사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초유의 ‘인사참사’도 있지만 검수완박에 따라 권한과 위상이 강화된 경찰을 통제하려는 행안부의 움직임이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경찰국 신설,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규칙 제정 등을 발표했다. 다음달 15일까지 최종안을 만들어 관련 규정 제개정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1987년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숨졌다”는 강민창 전 치안본부장의 궤변이 있은 뒤 지금의 경찰 체제가 만들어졌다. 부족한 점이 여전히 많고 경찰의 권한이 막강해진 만큼 민주적 통제가 있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이 맞는지 우려스럽다.

‘좌동훈 우상민’ 체제로 검찰과 경찰을 장악해 정권을 유지하는 보위기관으로 경찰이 전락할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결코 경찰을 길들이려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청와대가 경찰을 통제했던 관행을 벗어나 행안부 통제 아래 두는 정상화라고 강조한다. 그 말이 사실인지 확인할 것이다. 어머니가 사랑한다고 말한 것이 사실인지 확인하듯이.
2022-06-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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