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대응, 중앙정부 중심 대비 ‘삐거덕’… 지방 ‘자치권’ 확대해야”[최광숙의 Inside]

“재난 대응, 중앙정부 중심 대비 ‘삐거덕’… 지방 ‘자치권’ 확대해야”[최광숙의 Inside]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23-08-06 23:38
수정 2023-08-06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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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한 한국행정연구원장

최근 호우로 인한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 사고를 계기로 중앙정부 중심의 재난 대응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초유의 저출산으로 인한 ‘지방소멸’ 문제 역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력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최상한 행정연구원장을 지난달 26일 만나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재난 대응 및 규제 개혁, 지방 활성화 정책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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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한 한국행정연구원장은 지난달 26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재난 사고 시 정부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원인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위해 내년 행정연구원에 ‘재난안전연구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장환 기자
최상한 한국행정연구원장은 지난달 26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재난 사고 시 정부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원인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위해 내년 행정연구원에 ‘재난안전연구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장환 기자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 충북도청과 청주시청, 경찰과 소방본부가 네 탓 공방을 벌였는데 결국 관재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재난 대응 체계에 무슨 문제가 있나.

“우선 현장에서의 역할 분담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이다. 사고 발생 시 현장 대응 주체인 충북도와 청주시 간 책임과 권한이 명확하지 않다. 사고 발생 이후 청주시는 충북도, 충북도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을 봐도 이러한 책임 관계가 확립돼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 준다.”

-외국은 어떤가.

“미국의 경우 9·11 테러 시 뉴욕시장과 뉴욕시장이 임명한 소방대장이 재난 지휘권을 가지고 사고 수습을 진두지휘했다. 미국 안보를 뒤흔드는 엄청난 사고로 충격에 빠졌는데, 당시 사고 현장을 찾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았다. 대통령이든 주지사든 뉴욕시를 지원하는 역할만 할 뿐이고 현장의 사고 수습은 뉴욕시 소방대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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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한 한국행정연구원장은 지난달 26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재난 사고 시 정부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원인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위해 내년 행정연구원에 ‘재난안전연구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장환 기자
최상한 한국행정연구원장은 지난달 26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재난 사고 시 정부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원인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위해 내년 행정연구원에 ‘재난안전연구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장환 기자
-정부도 이참에 재난 대응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조치를 해야하지 않나.

“재난 사고 시 정부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원인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내년 행정연구원에 ‘재난안전연구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센터가 만들어지면 지자체 연구원들과 협력체제를 구축해 체계적인 재난 연구를 할 계획이다.”

-재난 연구를 지자체 연구원들과 같이 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경우 재난 안전관리가 너무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다. 재난관리의 ‘분권화’가 안 돼 있다. 재난의 현장 대응 총괄 기관은 소방이고 사고 발생 시 현장과 가장 밀착돼 있는 기관은 소방본부인데, 소방공무원 신분이 국가공무원으로 바뀐 것에 대한 심층적인 검토가 있어야 한다. 국가직이 되면서 대형 재난에 대해 소방청장의 지휘를 받게 되다 보니 지역 중심으로 현장에서의 지휘체계가 작동될 수 있을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재난 관리 거버넌스가 문제라는 얘기인데.

“범부처 재난 거버넌스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우선 중앙과 지방의 재난 대응체계가 체계화돼 있지 않다. 중앙정부 중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여러 재난을 경험해 어느 정도 체계화된 반면 지방자치단체가 재난 대응을 위해 구성하는 지역대책본부(지대본)는 권한과 책임 등이 확립되지 못한 게 사실이다. 특히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 간 역할 분담, 재난 대응체계상 역할과 책임, 소통체계 등이 체계화되지 못했다. 지자체의 재난 대응 책임이 강화되지 못한 것도 문제다. 지자체는 인력·예산·장비 등 재난 대응에 필요한 기본 역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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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한 한국행정연구원장은 지난달 26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재난 사고 시 정부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원인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위해 내년 행정연구원에 ‘재난안전연구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장환 기자
최상한 한국행정연구원장은 지난달 26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재난 사고 시 정부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원인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위해 내년 행정연구원에 ‘재난안전연구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장환 기자
-그렇다면 개선 방향은.

“중앙과 지방의 재난 대응을 체계화하는 한편 지자체의 재난 대응 책임을 강화해 지방 중심의 ‘재난 자치권’을 강화해야 한다.”

-지방 중심의 ‘재난 자치권’ 강화 방안은.

“지자체장을 중심으로 재난 현장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런 제도 개선은 자치경찰제 재정립,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정책 방향 등과 같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지자체장 중심의 재난 대응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자체장이 재난 사태를 선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지만 재난 사태 선포권은 현행 법령상 지대본부장 역할과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있는 제도인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각종 규제 완화가 강조되지만, 실제 규제 완화가 이뤄진 사례는 많지 않다. 이유는.

“규제개혁은 규제로 울타리 쳐진 기득권을 재분배하는 것이기 때문에 갈등 소지가 있는 관계자들 간 이해관계 조정이 필수적이다. 새로운 기술과 혁신 기업은 기존 사업자들이 구축한 견고한 규제 울타리를 뚫기 위해 새로운 기술기준 마련과 인증을 위한 규제 개선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어 개선이 어렵고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덩어리 규제’나 ‘킬러 규제’ 개선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데이터에 근거한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규제 개선 절차와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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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한 한국행정연구원장은 지난달 26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재난 사고 시 정부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원인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위해 내년 행정연구원에 ‘재난안전연구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장환 기자
최상한 한국행정연구원장은 지난달 26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재난 사고 시 정부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원인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위해 내년 행정연구원에 ‘재난안전연구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장환 기자
-올해부터 한국행정연구원을 통해 실시되는 ‘규제사후영향평가’의 목적은.

“기존 규제를 체계적으로 평가해 기업에 부담만 주고 효과는 없는 나쁜 규제들을 선별·개선할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 각종 규제를 도입만 하고 효과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현상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다수 회원국들이 ‘일단 규제를 도입하기만 하고 잊어버리는 사고방식’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최근 부실공사 및 사고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중대재해법의 실효성 여부에 관한 논란이 많다.

“중대재해는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이 중요하다. 산업안전은 관리와 행태가 중요한 사안으로 지속적인 지원과 근로자 및 사업주, 감독기관 모두의 ‘안전 우선’ 인식 전환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홍보와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처벌 위주’에서 ‘관리에 기반한 위험 예방’ 정책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저출생 문제와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방안은.

“한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저출생 국가로, 2021년부터 총인구 감소가 시작됐다. 지방의 인구 감소·유출 문제를 방기하면 ‘지방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 최소한 향후 수십 년 동안은 지방 인구 감소를 상수로 놓고 지방정부 시설 공유나 공간 재구조화를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현재처럼 인구가 분산된 상태에서 고른 의료·복지·행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그렇다’고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 내에서도 인구집적을 통해 공공시설 등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출범한 지방시대위원회의 역할은.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이 위원회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모두 이루어 내야 하는 막중한 사명이 부여됐다. 관련법의 ‘기회발전특구의 지정 및 지원’ 조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방 이전 기업 등에 과감한 감세 혜택을 허용해 기업의 지방투자 확대를 지원하자는 취지다. 이를 통해 기업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 일자리 확대를 이끌어 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최상한 원장은 누구

경상국립대 행정학과 교수 출신으로 지난 2021년부터 한국행정연구원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공공성 확대를 위한 행정개혁에 관심이 많다. 최근 재난안전 예방과 예측을 위한 중앙·지방 간 정책연구 협력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부위원장,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지내며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 자치분권, 재정분권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23-08-0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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