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누리 스마트스터디 IR & 기업전략 리더
올해 가장 큰 변화는 몇 년 만에 팀원을 뽑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그 많은 일을 어떻게 혼자서 하느냐, 네가 자잘한 일까지 챙길 연차는 아니지 않으냐는 주변의 지청구에도 1인팀을 고집해 왔다. 손으로 실무를 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괜히 섣불리 팀원을 들였다가 잘못 뽑는 불상사라도 벌어지면 일로 인한 스트레스보다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 심할 것 같았다. 이제 슬슬 혼자서는 버거우니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현실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일부러 차일피일 미뤘었다.
다행히 일 잘하는 좋은 친구가 들어와 주어서 회사생활이 한결 수월해졌다. 1인팀을 할 때에는 A부터 Z까지 전부 직접 신경을 쓰지 않으면 어디서 구멍이 날지 모르니 늘 바짝 곤두서 있었는데, 업무 경험도 풍부하고 꼼꼼한 팀원이 들어와 준 덕분에, 내가 놓친 부분이 있더라도 이 친구가 잡아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 한결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팀원이 생겼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내가 책임져야 하는 존재가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무를 잘하는 것과 좋은 조직의 장이 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더욱이 요즘은 윗사람이 일터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과거와는 다르다. 업무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은 물론 좋은 멘토가 돼야 한다는 부담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니어 시절에는 윗사람의 지시들이 못마땅해서 투덜거렸지만, 돌이켜 보니 시키는 일만 잘하는 것이 가장 쉬웠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닫는다. 팀원이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틀렸다고 말하기 전에 수십번을 머릿속에서 어떻게 지적해야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고 건설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지 고민 또 고민하게 된다.
“일 잘한다”,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너무나 쉽게 쓰지만, 일을 잘한다는 것도 생애주기에 따라 그 정의가 달라진다는 생각을 부쩍 한다. 엑셀 잘 돌리고 숫자 잘 뽑는 것이 곧 일을 잘하는 것을 의미했던 어린 날들은 서글프게도 이미 지나갔고, 이제 내가 일을 잘한다는 것은 아랫사람에게 길을 보여 주는 것, 팀원이 할 수 없는 말을 팀장인 내가 총대 메고 나서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에 내가 또 큰 직책을 맡게 된다면, 일을 잘한다는 말은 아마도 더 큰 책임을 요구하리라.
관심이 없었던 사이에 대통령 선거철이라 한다. 어느 후보가 어떤 비전을 제시하며 출마했는지, 이제부터 들여다 봐야 한다. 주니어 때 시키는 일을 잘했다고 좋은 팀장이 된다는 보장이 없듯이, 법률가, 의사, 학자로 일을 잘했다 해서 좋은 리더가 된다고 말할 수 없다. 어느 후보가 일을 잘할 사람인지, 적어도 누가 자기 말에 책임을 질 그릇이 되는 사람인지, 지금부터 꼼꼼히 따져 보려 한다.
2021-12-03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