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작가
별점 평가란 게 무엇일까? 음식점이라면 가격과 맛 등을 고려해 그 가게의 가치를 별점이라는 지표로 매기는 것이고 영화 또한 연출, 시나리오, 메시지 등을 고려해 그 영화의 가치를 별점으로 따지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별점 평가는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도 매우 유용한 도움을 주는 좋은 점이 존재한다. 사람들이 이를 악용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는 말이다.
내가 내리는 별점 평가가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평가자는 그 자체로 권력을 쥐게 된다. 사람들 또한 자신이 이 알량한 권력을 쥐고 남을 흔들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이 점이 문제가 된다. 평점을 무기 삼아 사익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많으니 말이다.
‘서비스 잘 주면 별점 잘 드릴게요’는 평점이란 권력으로 횡포를 부리는 대표적인 사례다. 평점 잘 받고 싶으면 내 요구를 수용하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이건 갑질이 아니라 소비자의 정당한 요구이며, 나는 남들보다 똑똑한 소비자일 뿐이다’라는 사고 논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여지없이 악평과 함께 평점으로 보복이 가해진다는 점에서 별점 평가를 권력으로 악용했다는 것이 명확해질 뿐이다.
별점 평가는 더 나아가 상대방이 나의 기분과 비위를 맞추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나쁘게 변하고 있다. 내 잘못이 있지만 기분이 나쁘니까 1점, 나를 기분 나쁘게 만들었으니까 1점. 이는 더 나아가 내 생각과 다르고 내 기분을 나쁘게 만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들이 별점 테러를 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 되게 했다. 즉 내 생각과 기분에 반하는 행위자를 응징하기 위한 ‘정당한’ 권력 행위로 변질된 것이다.
별점 테러는 책임감 없는 인간에게 아주 작은 권력이라도 쥐어지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잘 보여 준다.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은 소비자에게 이러한 권력을 쥐여 준 플랫폼들이 이런 문제를 거의 방관하다시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별점 평가가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손쉬운 시스템이고 장점이 많다는 것도 알지만 이를 악용하는 블랙컨슈머를 방치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크다.
현재 서비스 산업 종사자의 비율은 70%를 넘긴 지 오래다. 평점이란 권력의 악용이 늘어날수록 70%가 넘는 사람들이 더 큰 고통에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해악도 더욱 커질 것이다. 평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무기가 된 평가를 과연 평가라 할 수 있는가?
2021-06-0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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