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대] 노동과 불로소득/김영준 작가

[2030 세대] 노동과 불로소득/김영준 작가

입력 2021-02-18 20:40
수정 2021-02-19 02:0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김영준 작가
김영준 작가
불로소득. 듣기만 해도 인상을 쓰게 되는 단어다. 노동을 하지 않고 돈을 벌다니! 매우 부정한 소득처럼 느껴지며 실제로 ‘불로소득’이란 단어를 쓰는 사람들은 이러한 뉘앙스로 활용하기도 한다.

분명 인간에게 노동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며 이를 통해 얻는 안정적인 소득이 매우 중요한 것임은 사실이다. 사실 사회적으로도 노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노동에 참여해 소득을 가져가는 것이 건강한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노동 없는 소득을 죄악시해야 할 이유가 되는지는 모르겠다. 불로소득에 대한 거부감은 주로 1980년대에 운동권을 경험해 본 세대들에게 일반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세대들이 경험했던 시대와 지금은 많이 다르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1년의 기대수명은 불과 66.66세였지만 2019년엔 83.3세로 17년 가까이 증가했다. 우리의 기대수명은 이렇게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가 일정 이상의 생산성을 유지한 채로 노동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났다고 보긴 어렵다. 물론 1980년대와 달리 현재는 60대, 70대까지 노동을 하는 일이 매우 흔해졌지만 이 나이대는 대부분 일용직이나 저임금직에 몸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임금직에선 40대에 생산성의 피크를 찍고 50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임금이 생산성을 넘어서서 점점 뒤로 밀려나는 현상을 보인다. 즉 수명은 17년이 늘어났어도 노동으로 충분한 소득을 벌 수 있는 기간은 크게 변화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정년을 늘리고 고용을 보장하고 계속 임금을 지급하는 식이라면 20~40대 직원의 생산성으로 50대 이상 직원의 생산성 하락을 커버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1980년대에 두 자릿수였던 경제성장률은 현재 2%대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고성장의 시대가 아니라 저성장의 시대이기에 신규 고용을 늘리기도 쉽지 않고 임금을 마음대로 올려 주기도, 인사적체로 직급을 올려 주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이 방법은 20~30대의 불만이 누적되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기에 노동과 노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소득이 중요하긴 하지만 노동 없는 소득의 필요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당장 우리가 지금 내고 미래에 받게 될 국민연금은 불로소득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국민연금이 어떤 상황인가? 늘어나는 수명 등으로 인해 개시연령을 계속 늦추고 예상 수령금액을 계속 하향 조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걸 타개하기 위해선 더 많은 불로소득을 거둬야 한다. 이는 변화한 환경에서 노동 없는 소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 주는 사례다.

모두가 평생 건강하게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며 노동을 계속 할 수 없다. 하지만 수명은 늘어나고 있다. 노동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노동 없는 소득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때다. 이상도 좋지만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살아가야 할 기간이 너무 길다.
2021-02-19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출산'은 곧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가
모델 문가비가 배우 정우성의 혼외자를 낳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에 많은 충격을 안겼는데요. 이 두 사람은 앞으로도 결혼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산’은 바로 ‘결혼’으로 이어져야한다는 공식에 대한 갑론을박도 온라인상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출산’은 곧 ‘결혼’이며 가정이 구성되어야 한다.
‘출산’이 꼭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