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신 건설 인프라엔지니어
역사학자 이언 모리스는 그의 저서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에서 동양은 6세기경부터 서양을 따라잡았고, 다시 18세기에 이르러 서양은 동양을 능가했다고 설명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15세기 초 정화의 원정 이후 중국은 해상후퇴 정책을 펼쳤고, 비슷한 시기에 콜럼버스는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기 때문이라 해석된다.
그렇게 근대로 넘어서며 인류는 바다를 중심으로 무역을 해왔고, 이를 통해 경제를 발전시켜 왔다. 세계경제사에서 지난 반백 년간 근대화에 성공하고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한 나라를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 하는데, 그 네 마리 용의 특징은 모두 ‘섬나라 경제’라는 점이다. 대한민국, 홍콩, 싱가포르, 타이완이 그러하다. 물론 그보다 일백 년 정도 앞서서 근대화에 성공한 국가가 섬나라 일본이고,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곳도 섬나라 영국이었다.
섬나라라는 지리적인 위치는 현대적 관점에서 장점이지 단점은 아니다. 오히려 바다에 접하지 않은 국가들이 경제발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이 있다. 이라크도 이란, 터키 등 5개국과 육로가 이어져 있지만 쿠웨이트보다 짧은 해안선의 길이는 늘 경제발전의 저해요소로 작용해 왔다. 석유도 석유지만 쿠웨이트의 슈웨이크항은 후세인에게 늘 매력적인 장소로 보였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북한의 자원을 들고 경제발전의 장밋빛 미래를 점치기도 하는데, 사실 자원부국 치고 선진국인 나라는 별로 없다. 북한에 많다는 텅스텐 생산량으로 보자면, 세계 1위는 중국이며 그 뒤로 러시아, 캐나다, 볼리비아, 베트남이 뒤를 잇는다. 일반적으로 이들 자원부국이라 일컬어지는 국가가 우리나라보다 경제발전에 성공했는가. 이쯤에서 ‘통일이 대박’이라는 말은 신기루처럼 느껴진다.
물론 나는 통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통일이 대박이라서가 아니라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를 원하기 때문이다. 통일이 돼도, 뉴요커가 LA를 비행기 타고 가듯이, 우리는 상하이나 모스크바를 비행기 타고 다닐 것이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는 해상 수송으로 조달할 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자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이후처럼 통일 이후 사회갈등이 더 심화해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사회적 비용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서 반드시 치러야 할 과제이다. 언제까지 휴전선을 두고 서로 미사일을 겨누고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통일은 대박이 아니다, 하지만 평화로운 한반도를 원한다면 통일은 그 자체로 소중한 것이다. 나는 그 소중한 평화를, 호들갑스럽게 대박이니 뭐니 하지 않고, 덤덤하게 찾아 나갈 수 있길 바란다.
2019-02-15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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