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철 연세대 학부대학 교수
식물의 엽록체는 빛에너지로 ATP와 NADPH라는 화학에너지를 만든다. 식물은 이 두 가지의 화학에너지를 이용해서 자신이 ‘먹을 것’을 스스로 만든다. 여기서 ‘먹을 것’이란 당을 말한다. 당을 만들려면 탄소, 수소, 산소와 같은 재료가 있어야 한다.
식물은 잎에 있는 기공이라는 구멍을 통해 탄소의 원료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그리고 뿌리에서 흡수한 물을 물관을 통해 줄기, 가지를 지나 잎까지 수송한다. 그러면 당을 만들 수 있는 모든 재료가 확보된다. 엽록체는 루비스코라는 효소를 이용해서 이산화탄소의 탄소를 탄소가 5개인 분자와 결합시켜 탄소 6개인 분자를 만든다. 이 분자는 불안정해 금세 둘로 갈라져 탄소 3개인 분자로 바뀐다. 탄소를 고정해서 얻은 최초의 분자가 탄소 3개인 분자이기 때문에 이런 식물들을 C3 식물이라고 한다. 온대지방에서 자라는 대부분의 식물이 이에 해당한다. 탄소 3개인 분자는 캘빈회로를 거쳐 당을 생산한다. 앞서 언급한 식물의 늘어난 68㎏은 고정된 이산화탄소와 물의 무게이다.
덥고 건조한 지역에서는 식물들이 생존하기 어려운 것일까? C3 식물은 아마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항상 그렇듯 진화는 방법을 찾아냈다. 덥고 건조한 지역에 맞게 진화한 식물들은 탄소고정 효소를 최고 사양으로 바꾸고 캘빈회로와 공간적으로 분리시켰다. 그렇게 하면 아무리 산소 농도가 높아도 루비스코보다 성능 좋은 탄소고정 효소를 사용해 탄소를 고정시킬 수 있다. 이렇게 고정해서 생긴 최초의 화합물은 탄소를 4개 가지게 되는데 이를 C4 식물이라고 한다. 옥수수나 사탕수수, 사탕무와 같은 C4 식물은 에너지를 소모해 가면서 이 분자를 캘빈회로가 있는 세포로 이동시켜 당을 만들도록 한다. 사막에서 서식하는 선인장이나 파인애플 등의 식물은 탄소고정과 캘빈회로를 서로 다른 시간에 진행시켜 당을 만든다.
지구상 생물들은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가기 마련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사회적 존재인 사람 간 어울림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코로나19가 바꾸어 버린 환경에서도 사회적 관계를 맺어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지구상 생물들이 생존하는 비법이기 때문이다.
2020-06-1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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