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행복을 위한 인생의 최적화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행복을 위한 인생의 최적화

입력 2020-05-11 23:34
수정 2020-05-12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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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뉴스페퍼민트 대표
이효석 뉴스페퍼민트 대표
대학원 시절 논문 제목으로 ‘최적화’라는 단어를 쓰지 말라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공학에서 거의 모든 문제는 최적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굳이 이 단어를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당수의 공학 문제는 외부 환경의 제약을 나타내는 어떤 제한 조건이 주어졌을 때 효율이나 효용 등의 특정 목표를 최대화하는 최적화 문제의 꼴을 띠고 있다.

이러한 최적화 개념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의 문제에도 적용이 가능하며 합리적 선택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신의 삶의 제약 조건을 파악하고 인생의 목적을 정의한 후 이를 최대화하는 방법을 찾는 최적화 문제로 인생을 환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인생에 주어진 제약 조건을 파악하는 것과 그 조건하에서 인생의 목적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가 중요할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에서 시간이라는 요소가 제약 조건과 목적 두 가지를 정의할 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먼저 제약 조건의 경우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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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주어진 환경과 조건이 다르며, 따라서 각자가 가진 자원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제약 조건이 될 것인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때 기억해야 할 한 가지 법칙으로 독일의 화학자 리비히가 이야기한 ‘최소율의 법칙’이 있다. 그는 식물의 생장에 있어 비료와 물, 태양 등의 다양한 요소가 필요할 때 이 중 가장 부족한 요소가 전체 생장을 결정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인생에 있어서도 시간, 돈, 건강, 능력 등의 여러 조건 혹은 자원이 있을 때 이 중 가장 부족한 요소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이들 요소 중 무엇이 가장 부족할지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며 다른 자원으로는 이를 일반적으로 가능한 만큼 이상을 살 수 없는 자원이라는 점에서 시간은 매우 특별한 자원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인생의 목적을 정의할 때 시간은 좀더 미묘한 역할을 한다. 이는 다름 아니라 우리 인간이 시간을 인식하는 방법의 문제 때문이다. 인생의 목적에 있어 그 구체적인 요소는 사람마다 다를지언정 우리는 대체로 행복이라는 하나의 개념을 이야기한다. 문제는 우리가 어떤 순간을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과, 지나간 순간을 행복했던 순간으로 기억하는 것이 다르다는 점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인간에게는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라는 두 가지 자아가 있다고 말하며 유명한 대장내시경 실험을 소개한다. 이 실험은 짧지만 고통스럽게 끝나는 검사와 같은 고통을 받은 후 추가로 더 긴 시간 동안 약한 고통이 주어지는 두 가지 검사에 대해 사람들의 선호를 본 것으로, 상식적으로는 짧은 검사를 선호해야 하지만 사람들은 후자를 더 선호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결과를 설명하며 경험하는 자아는 고통의 길이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기억하는 자아는 그 검사가 끝날 때의 고통을 포함한 전체적인 인상을 기억하기 때문에 이런 모순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곧, 우리가 인생의 목적을 행복으로 정하고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행복한지를 파악해 이를 추구한다 하더라도, 다시 자신이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을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행복한 기억으로 남길 순간들을 추구할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2020-05-1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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