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화성의 평범한 하루

[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화성의 평범한 하루

입력 2021-05-10 20:22
수정 2021-05-11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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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테슬라 자동차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만든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민간 화성 관광에 활용될 로켓 시험 발사가 지난 5일 5번의 도전 만에 성공했다.

지난 2월 19일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발사한 화성탐사로봇 ‘퍼시비어런스’가 7개월간의 비행 끝에 화성 북반구 예제로 크레이터에 성공적으로 착륙했다. 지난달 19일에는 퍼시비어런스와 함께 화성에 도착한 ‘인저뉴어티’라 불리는 헬기 형태 드론이 39초간 지표 위 3m가량 떠오르는 데 성공했다. 지구 대기 밀도의 100분의1에 지나지 않은 화성 대기에서 최초 동력 비행이었다. 이후로도 몇 차례 더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화성 탐사에 대한 인류의 집념이 대단하다. 2018년 화성에 착륙한 화성탐사선 ‘인사이트’를 통해 화성의 일상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인사이트의 지진계는 24시간 가동돼 화성의 매일이 빠짐없이 기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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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까지 총 465번의 지진이 관측됐다. 가장 큰 지진의 규모는 3.7이다. 대부분 지진 규모는 작지만, 꽤나 활발히 발생하는 셈이다. 지진계를 통해 보이는 화성의 일상은 황량하지만 역동적이다. 해가 떠오르면 고요하던 행성이 갑자기 요란해진다. 태양이 떠오르며 기온이 상승하고, 강한 바람이 행성 표면을 이리저리 쓸고 지나가기 때문이다. 이런 바람 효과는 지진계에 2㎐ 이상 주파수 대역에서 강한 잡음으로 기록된다. 바람의 강도는 아침 8시에서 낮 12시 사이에 가장 강하고 해가 기울면서 바람의 강도도 점차 약해진다.

해가 저물면 행성은 몰라보게 고요해진다.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 고요함의 연속이다. 화성에서 관측되는 지진도 주로 이때 관측된다. 낮 동안 바람으로 생긴 잡음이 지진 탐지를 방해한 까닭이다. 밤이 더욱 깊어 자정 무렵부터 다음날 아침까지는 낮의 8분의1 정도로 약한 바람이 다시 분다. 약 400일간 지진계 기록엔 이런 주기적 일상이 반복됐다.

화성에서 관측되는 지진 기록은 지구의 것과 매우 흡사하다. P파, S파가 잘 구분돼 기록되고 지각을 통과하는 파도 확인된다. 이것은 지각과 맨틀이 잘 구분돼 발달해 있고, 지각과 맨틀이 단단한 매질로 구성돼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특징은 달에서 관측되는 지진 기록과 크게 대비된다. 과거 아폴로 달 탐사에서 수집된 지진 기록을 보면 P파와 S파가 구분되지 않고, 산란파가 긴 시간 유지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것은 달 표면을 구성하는 암석이 많은 균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성의 지표 환경은 지구와 지표환경과 여러 차이를 보인다. 화성은 공기 밀도가 낮고 온도의 변화가 심해서 대기 순환이 급하고 강하게 일어난다. 화성 지표 온도는 계절에 따라 영하 120도에서 영상 20도까지 크게 변한다. 태양이 있는 낮 시간 동안 지표 온도는 빠르게 오르고 밤에는 식기를 반복한다. 고요의 시간엔 별다른 활동이 보이지 않는다. 이동하는 생명체가 만들어 내는 신호도 없다. 바다가 없는 화성에선 지구에서 흔히 관찰되는 해양과 지구 표면과의 상호 작용으로 발생하는 저주파 에너지도 관찰되지 않는다.

스페이스X는 2024년 화성에 도시 건설을 위해 사람을 보낼 계획을 갖고 있다. SF 영화처럼 상상으로 그려 오던 붉은 행성이 우리 곁으로 부쩍 가깝게 다가왔다. 우주로 향하는 인류의 열망이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화성에서의 평범한 일상을 체험할 날이 머지않았다.
2021-05-1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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