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찬 탄소중립위원회 기후변화위원장
대기 중에 온실효과를 갖는 기체는 사실 많지만 유엔기후변화협약은 지구 온난화에 영향이 큰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 과불화탄소(PFC), 육불화황(SF6) 등 6가지를 ‘온실가스’로 지정했다. 양으로 보면 전체 온실가스의 91%가 이산화탄소이고 메탄이 4%, 아산화질소 2%, 불소계 화합물이 3%다. 이렇게 양이 월등히 많다 보니 이산화탄소가 온실가스의 대명사가 됐고 뭉뚱그려 ‘탄소’라는 약칭으로 부른다. 지구온난화의 정도는 이 온실가스에 따라 달라진다. 일례로 메탄은 같은 양이라도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이산화탄소보다 21배나 크다. 이런 이유로 온실가스 발생량은 CO2 환산량(CO2eq.)으로 나타내고 있다.
온실효과는 녹색 지구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이긴 하다. 다만 지나친 게 문제다. 대기 중 온실가스가 과하게 많아져 문제인 것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기준 518억t으로 중국(26%), 미국(13%), 인도(7%), 러시아(5%) 순으로 배출량이 많다. 우리나라 배출량은 약 7억 3000t으로 세계 11위다. 온실가스는 배출되면 잘 사라지지 않고 대기 중에 오래 남는다. 그래서 누적 배출량도 중요하다. 1850년 이후 최근까지 전 세계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은 2조 5040억t인데 미국이 전체의 20%를,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국가가 약 9%를 차지하고 있고 개도국인 중국(11%)과 인도(4%)의 배출량이 점점 늘고 있다.
온실가스는 어디서 이렇게 많이 배출되는 걸까?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연소(87%)와 시멘트와 반도체 등 산업공정(8%)에서 나온다. 최종 소비로 보면 산업체(56%), 건물(21%), 차량(15%)에서 92%가 배출된다. 공장이 거의 없는 서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기준 4600만t인데 전체 배출량의 88%가 건물(69%)과 차량(19%)에서 배출되고 있다. 현대 문명에 필수적인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우리 경제를 받치고 있는 산업체의 생산과정에서, 건물과 교통 등 일상을 위해 배출되고 있다. 온실가스가 무슨 죄인가? 죄가 있다면 화석연료를 과다하게 사용하면서, 오직 편한 삶만을 추구해 온 우리의 탓이다. 전에는 몰랐었다고 하고, 잘 알게 된 지금 우리는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돌아볼 시간이다.
2022-01-2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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