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선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 로보틱스, 빅데이터 등을 주제로 한 기술 강의가 40분 단위로 하루 종일 열렸다. ‘꿈을 현실화하는 AI 기술’, ‘더 나은 삶을 위한 AI의 발전-연구실부터 일상생활까지’ 등 강의 개수만 40개였다. ‘LG 테크 콘퍼런스’에 초청된 이공계 석박사 과정 학생 300여명을 위해 회사가 준비한 강의들이었다.
이 중 LG AI연구원의 오후 세션 강의에 들어가 보니 AI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강의실엔 학생들이 꽉 차 있었다. 진지하게 강의를 듣던 학생들은 질문 기회가 주어지자 “AI의 특이점에 대해 회사에선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연구를 하나”, “AI를 디자인, 신약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성공 사례가 있나”, “디자이너들이 AI를 활용할 때 프롬프트(명령어)를 구체적으로 사용하나” 등 질문을 쏟아냈다.
학회처럼 학생들이 자신의 연구 주제나 성과를 소개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학생들이 회사 행사에 초청을 받은 것이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장을 마련해 준 것이다.
주요 계열사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인사책임자(CHO)가 이들을 만나기 위해 총출동했다.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부회장)도 행사장을 찾아 학생들과 오찬 겸 대화 시간을 가졌다. 1시간 넘게 진행된 오찬에선 공대의 미래를 넘어 사업적인 부문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고 한다. 이전의 공학도와는 또 다른 ‘Z세대 공학도’의 넓은 질문 스펙트럼에 배석했던 한 임원은 깜짝 놀랐다고 했다.
LG가 젊은 이공계 학생들에게 문을 활짝 연 건 이들이 회사의 미래이자 경쟁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고 2012년부터 해마다 테크 콘퍼런스를 열었으니 그동안 축적된 풀만 해도 수천 명에 달한다. 회사 입장에선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연구개발(R&D) 분야 인력 풀을 갖고 있는 셈이다.
회사는 이들이 모두 ‘LG맨’이 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콘퍼런스 초청장을 전달할 때도 VIP 초대하듯 학생 집으로 초청 키트를 보낸다. 콘퍼런스 이후에도 꾸준히 소통하면서 관계를 유지한다. 이 인연들이 회사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잘 알기에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것이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씨앗을 뿌리는 심정”으로 이들을 대한다고 했다.
AI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글로벌 빅테크 간 인재 쟁탈전이 치열해지면서 엔지니어 몸값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내가 본 것 중 가장 미친 인재 전쟁”이라고 할 정도다. 그러나 돈을 좇는 엔지니어는 더 좋은 조건이 제시되면 언제든 경쟁사로 떠나게 돼 있다.
국내 기업이 빅테크와 머니게임을 할 게 아니라면 인재 영입에도 전략을 세워야 한다. 안 그래도 이공계 우수 인력이 줄어드는데 눈 뜨고 외국 기업에 죄다 빼앗길 순 없다. 의대 열풍에도 소신을 갖고 묵묵히 연구하는 이공계 학생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도록 기업이 먼저 손을 잡아 주는 건 어떨까. 어느 기업이든 진정성 있게 다가가 비전을 보여 준다면 학생들도 돈이 아닌 꿈을 택할 것이다. S급 인재가 절실하다면 그만큼 기업도 공을 들여야 한다.
김헌주 산업부 기자
이 중 LG AI연구원의 오후 세션 강의에 들어가 보니 AI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강의실엔 학생들이 꽉 차 있었다. 진지하게 강의를 듣던 학생들은 질문 기회가 주어지자 “AI의 특이점에 대해 회사에선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연구를 하나”, “AI를 디자인, 신약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성공 사례가 있나”, “디자이너들이 AI를 활용할 때 프롬프트(명령어)를 구체적으로 사용하나” 등 질문을 쏟아냈다.
학회처럼 학생들이 자신의 연구 주제나 성과를 소개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학생들이 회사 행사에 초청을 받은 것이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장을 마련해 준 것이다.
주요 계열사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인사책임자(CHO)가 이들을 만나기 위해 총출동했다.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부회장)도 행사장을 찾아 학생들과 오찬 겸 대화 시간을 가졌다. 1시간 넘게 진행된 오찬에선 공대의 미래를 넘어 사업적인 부문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고 한다. 이전의 공학도와는 또 다른 ‘Z세대 공학도’의 넓은 질문 스펙트럼에 배석했던 한 임원은 깜짝 놀랐다고 했다.
LG가 젊은 이공계 학생들에게 문을 활짝 연 건 이들이 회사의 미래이자 경쟁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고 2012년부터 해마다 테크 콘퍼런스를 열었으니 그동안 축적된 풀만 해도 수천 명에 달한다. 회사 입장에선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연구개발(R&D) 분야 인력 풀을 갖고 있는 셈이다.
회사는 이들이 모두 ‘LG맨’이 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콘퍼런스 초청장을 전달할 때도 VIP 초대하듯 학생 집으로 초청 키트를 보낸다. 콘퍼런스 이후에도 꾸준히 소통하면서 관계를 유지한다. 이 인연들이 회사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잘 알기에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것이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씨앗을 뿌리는 심정”으로 이들을 대한다고 했다.
AI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글로벌 빅테크 간 인재 쟁탈전이 치열해지면서 엔지니어 몸값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내가 본 것 중 가장 미친 인재 전쟁”이라고 할 정도다. 그러나 돈을 좇는 엔지니어는 더 좋은 조건이 제시되면 언제든 경쟁사로 떠나게 돼 있다.
국내 기업이 빅테크와 머니게임을 할 게 아니라면 인재 영입에도 전략을 세워야 한다. 안 그래도 이공계 우수 인력이 줄어드는데 눈 뜨고 외국 기업에 죄다 빼앗길 순 없다. 의대 열풍에도 소신을 갖고 묵묵히 연구하는 이공계 학생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도록 기업이 먼저 손을 잡아 주는 건 어떨까. 어느 기업이든 진정성 있게 다가가 비전을 보여 준다면 학생들도 돈이 아닌 꿈을 택할 것이다. S급 인재가 절실하다면 그만큼 기업도 공을 들여야 한다.
김헌주 산업부 기자
김헌주 산업부 기자
2024-04-1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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