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기획취재부 차장
인구 감소 지역의 청년 생활인구를 늘리기 위해 조성된 청년마을은 2018년 전남 목포 ‘괜찮아마을’을 시작으로 총 39개 지역에서 운영 중이다. 정부는 청년들에게 일정 기간 지역에 머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청년 단체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한다. 선정된 청년 단체에는 3년간 총 6억원이 지원되는데 올해는 13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청년들이 익숙한 도시를 떠나 지역으로 갈 결심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경험과 도전 때문이었다. 청년마을 페스티벌에서 만난 한 청년은 “어느 순간 회사에서 내가 아닌 남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회의감이 몰려왔다”면서 “지역에서 청년들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말에 큰 위로를 받았다. 이제부터 내가 원하는 일을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잃어버린 나를 찾는 마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충남 예산의 청년마을 ‘케미스테이’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사업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전남 고흥에서 ‘신촌꿈이룸마을’이라는 청년마을을 이끌고 있는 정지영 대표는 지역사회에서 이장도 맡고 있다. 일본에서 11년간 거주했던 그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정 대표는 “청년들은 지역에서 부족한 경험을 채우고 자신만의 특색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기를 원한다”면서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하는 데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라고 말했다.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할 꿈을 꾸게 되는 것은 지원금보다 지역 공동체와의 끈끈한 관계성이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을 때다. 때문에 당장 몇 명이 지역에 정착했는지 수치를 따지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지역을 능동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에서 대표적인 지역 활성화 성공 사례로 꼽히는 도쿠시마현 가미야마정은 인구 감소를 인정하고 일명 ‘창조적 감소’를 선택해 예술가, 창업가, ICT 기술자 등 창의적 인재들을 전략적으로 유치했다. 주민 주도로 설립된 비영리법인 ‘그린밸리’는 좋은 주거와 학교, 활력 있는 일자리를 확산시키기 위해 기업의 위성 오피스를 유치하고 공동주택과 고등전문학교를 설립했다. 그 결과 최근 전입인구가 전출인구를 넘어서는 등 지역 소멸 위기를 벗어났다.
우리도 영덕의 ‘뚜벅이마을’, 군산의 ‘술익는마을’, 경주의 ‘가자미마을’, 괴산의 ‘뭐하농스’ 등에서 지역의 콘텐츠를 활용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삶의 터전을 바꾸는 일은 마음이 움직여야 가능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강요로 되는 일이 아니다. 돈으로 해결되는 일은 더욱 아니다.
지방시대를 국정 과제로 내건 정부는 지난해부터 연 1조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매력적인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더 많은 관계 인구를 형성해 이들이 지역사회에 정착할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각 지자체가 서울이 부럽지 않을 정도의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갖춘 지역으로 자립할 때 진정한 지방시대가 열릴 것이다.
2023-10-2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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