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준 세종취재본부 차장
출생(birth)은 통계상 물리적인 인구 지표다. 남녀가 몇 명의 자녀를 낳느냐에 출산율과 출생률이 달라지는 건 같다. 다만 출생은 인구구조 변화가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출산과 차이가 있다. 변화된 사회 환경과 결혼관으로 젊은 세대가 자녀를 낳지 않으려는 상황이 ‘저출산’이고, 가임기 여성 수 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로 통계상 출생아 수가 감소하는 것 자체가 ‘저출생’이란 것이다.
정부도 두 용어의 개념 차이를 알고 단순히 출생 통계 수치에 초점을 맞춘 ‘저출생 정책’이 아닌 젊은 세대가 출산을 결심하도록 육아하기 좋은 여건을 만드는 방향의 ‘저출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행 저출산 정책은 효과가 없다는 비판에 속수무책이다. 모든 인구·출생 지표가 악화일로여서다. 올해 2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명까지 떨어졌다. 1명대가 무너진 것도 세계에서 유일한데 0을 향한 추락은 멈추지 않고 있다. 하반기에 0.6명대까지 떨어질 거란 암울한 전망도 뒤따른다. 출생아 수 감소는 2015년 12월부터 지난 6월까지 91개월째, 전체 인구 감소는 2019년 11월 이후 44개월째다.
이런 비관적인 추세 속에서 희망을 주는 지표가 딱 하나 발견됐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출생 통계 중 ‘출산 순위별 출생아 수’에서 지난해 첫째아 수가 전년 대비 8000명(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아는 1만 5000명(16.7%), 셋째아 이상은 4000명(20.5%)씩 큰 폭으로 줄었다.
첫째 출산이 증가한 건 출산을 처음 경험한 여성이 출생아 수만큼 늘어났다는 의미다. 젊은 부부들이 출산 자체를 꺼리진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전체 출생아 수가 줄고 인구가 감소하는 건 둘 이상 낳기를 거부하기 때문임이 분명해졌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겠다”며 둘째를 포기하는 건 다둥이 육아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핵심은 경력 단절이다. 자녀가 늘어나고 육아휴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직장에서 경력을 인정받고 승진에 성공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진다. 현행 출산 지원책과 육아휴직 제도가 자녀 수에 따라 ‘1+1=2’라는 공식에 맞춰져 있다는 점도 다둥이 출산을 단념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다둥이가 저출산 문제 해결의 열쇠라면 정부는 저출산 대책에서 다둥이 장려책을 이원화해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둘 이상 낳는 부모에게 첫째 때보다 몇 곱절 파격적인 혜택을 주면 어떨까.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경력 단절을 최소화하는 기업에 대한 강력한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대중의 인식 변화도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미래 세대를 길러 내는 일이 고귀한 행위로 존중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육아가 경제활동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저출산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한 가닥쯤 보이지 않을까.
2023-09-2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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